한수원 또 용역…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 보상 갈등 재점화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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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줄다리기 소송전까지 비화
대법원서 패한 한수원 3차 용역
“보상 위해 추가 조사 필요” 결정
어민 “보상 의지 없다” 집단 반발

2019년 10월 영구 가동 중단에 들어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고리1호기. 부산일보DB 2019년 10월 영구 가동 중단에 들어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고리1호기. 부산일보DB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피해 보상 문제로 장기간 줄다리기를 벌여온 부산 기장 어민들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갈등의 초점인 온배수 피해 범위를 놓고 양측이 오랜 기간 진행해 온 법정 공방이 대법원에서 한수원이 패소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한수원이 보상을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정,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5일 기장군어업인피해대책위(이하 어대위)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온배수 피해 범위를 산정하는 부경대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2022년 6월에 시작해 오는 3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 범위 산정 용역은 이번이 3번째다.

고리원전 온배수로 인한 어업 피해 논란은 20여 년간 이어졌다. 자연산 미역의 산지로 일본 등에 수출해 온 기장 미역은 지난 50여 년간 수확량이 대폭 줄었다. 자연산 미역은 드물어졌고 현재 판매되는 기장 미역 대부분은 충북과 전라도 지역에서 종묘를 가져와 기장 바다에 재이식하는 방법으로 생산되고 있다.

어민들은 고리원전 온배수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온배수는 원전에서 고온의 원자로를 식히려고 냉각수로 활용되는 바닷물로, 기존 바닷물 온도보다 7도 이상 높아진 상태로 바다에 배출된다. 주변 해역 수온을 높여 미역 등 해산물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민들은 겨울철 찬 바다에서 수확되는 미역은 특히 온배수 영향을 많이 받는 등 피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한수원과 어민 간 갈등의 핵심은 피해 범위 산정과 그에 따른 보상 규모다. 보상금 지급을 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된 피해 조사 용역 결과는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다. 첫 용역이었던 2007년 부경대·한국해양대의 용역 결과 도출된 어업 피해 범위는 7.8km였는데 당시 어민들은 ‘피해 범위를 축소했다’며 반발했다.

이후 전남대 재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피해 범위가 11.5km로 나왔다. 그러자 한수원은 ‘조사에 하자가 있다’며 6년에 걸쳐 전남대를 상대로 용역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1년 패소했다.

대법원 패소에도 한수원이 2022년 다시 부경대에 피해 범위 산출을 위한 새 용역을 맡기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수원은 전남대 용역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모양새가 됐다. 어대위도 전남대 용역이 최종 용역이 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어민들은 논란의 출발이었던 용역 결과를 낸 부경대에 재조사를 맡긴 것에 반발한다. 어대위 측은 “한수원이 전남대 재조사에 합의했던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보상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게 맞다”며 “논란의 시초가 된 부경대에 재조사를 맡기는 것은 보상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한수원 측은 피해 보상 의지가 있으나 보상을 위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수원 측은 2021년 대법원에서 ‘최종보고서 하자를 이유로 용역대금 지급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만 판결해 내용상의 하자 등에 대해서는 최종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자가 의심되는 전남대의 용역 결과를 근거로 보상 규모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한수원은 논란이 된 용역기관에 대해서는 경쟁입찰로 부경대를 선정했으며, 과거 논란이 됐던 부경대 해양과학공동연구소와 다른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어민들 고충을 고려해 피해 보상 등 다양한 보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어대위 측에서 부경대 조사를 인정한다면 신속하게 추가 조사를 진행해 보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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