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행위 떠안은 간호사들, 살얼음판 걷는 기분”
보건의료노조 노귀영 부산본부장
전공의 공백 메우려 ‘불법 진료’
격무에다 형사처벌 부담까지
병상가동률 급감한 필수 진료과
간호사들 ‘강제휴가’ 아이러니
의사 일 돕는 진료보조 간호사
불법 내몰기 전 가이드라인부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산지역본부 노귀영 본부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공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을 지켜야 하지만 불법 의료행위로 행여 형사처벌을 받지나 않을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노귀영 본부장은 25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간호사들은 의사들이 해야 하는 약물 대리 처방과 처치, 시술, 수술 보조 등 새로운 일을 떠맡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본부장은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들 스스로가 중환자·응급환자에 대한 처방이나 시술을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 불안하고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전공의 사직 사태의 여파로 의료계에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전공의 공백이 불거지는 곳에서는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반면, 수술실과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진료과는 간호사들이 ‘강제휴가’를 가야 할 만큼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PA 간호사는 의사 면허 없이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 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이지만, 현행 의료법상 진료 보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불법의 경계에서 암암리에 의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일부 과에서는 간호사들의 휴가 취소, 비상 대기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간호사 1명이 입원환자를 10~12명 정도 보다가 전공의가 빠지면서 15~20명 보는 경우도 생긴다”며 “오후 5시 퇴근을 하는 간호사의 경우 업무가 몰려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부산 한 병원에서는 PA 간호사에게 ‘주 52시간 근무 연장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또 “수술실 업무를 보조하는 PA 간호사의 경우에는 수술 건수 자체가 확 줄어들어 강제휴가를 가야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아과나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전공의 자체가 부족한 과에서는 최근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오히려 일이 줄었다. 이들 과는 필수 진료과 기피 현상으로 의사 업무 상당 부분을 간호사들이 맡고 있다. 노 본부장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평소 대비 수술 건수는 40~60%가량 줄었고, 입원 병상 가동률은 평소 대비 약 60~80%로 낮아졌다.
노 본부장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 PA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본부장은 “현재는 전문의와 전임의(펠로우)가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아 이 인력마저도 빠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PA 간호사들이 하는 일을 확인하고 감독할 인력조차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노 본부장은 현장 간호사 불안감을 막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본부장은 “현행 의료법 체제라면, 현장에 있는 2만여 명의 PA 간호사가 하는 모든 의료 행위가 불법이라는 얘기가 된다. PA 간호사가 위임 받을 수 있는 의사 업무는 무엇인지, 불가능한 것은 무엇인지 명확한 목록과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적으로 의사 일을 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PA 간호사가 전국에 2만 명이나 있다는 사실도 의료계 전반에서 숙고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본부장은 “정부와 의사들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될수록 결국 환자와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 건강권 확보를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의사 단체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