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로 변한 진주 남강…무슨 일?
남강 상류에서 거품 내려와 섬 형성
모래 사막·맥주 거품 모습에 ‘화들짝’
댐 방류 낙차로 인한 자연현상 주장
“이례적 2월 강우에 거름 섞여” 추측도
경남 진주시에 누런 거품섬이 형성됐다. 마치 맥주 거품 같은 모습에 시민들은 수질오염을 걱정했다. 김현우 기자
서부경남 지역민들의 젖줄, 진주시 남강에 난 데 없이 대규모 거품이 발생해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맥주를 들이부은 듯한 모습에 일부 시민들은 수질오염까지 걱정하는 모양새다.
산책객들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진주시 망경동 남강 상류 부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품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긴 띠를 이룬 거품은 물살이 약한 부근을 찾아 조금씩 뭉치기 시작했고 이내 크고 작은 섬들을 형성했다.
누런 거품섬은 일주일 정도 사라지지 않은 채 남강 곳곳에서 조금씩 몸집을 불렸다.
모래 사막이나 맥주 거품처럼 변한 남강의 모습에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 주민은 “아침마다 이쪽 강변을 산책한다. 이 정도로 큰 거품섬은 처음 본다. 누런 색깔 때문에 혐오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긴 띠를 이루던 거품은 물살이 약한 곳에서 조금씩 뭉쳐 거대한 섬을 만들었다. 김현우 기자
일부 시민들은 남강에 계면활성제나 가축분뇨, 거름이 섞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거품의 색깔이 흰색이 아닌 누런 색인 데다 역한 냄새까지 풍겨 하수처리장 거품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항상 이런 거품섬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월에 내린 이례적인 양의 비 탓에 거품이 생겼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진주시는 물론 산청군과 함양군 등 진양호 상류지역은 농업활동이 활발하다.
2월은 본격적인 농사를 앞두고 밭에 거름을 많이 주는 시기인데, 거름이 땅에 흡수되기 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진양호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강변을 지나가는데 무슨 하수처리장인 줄 알았다. 가까이서 보면 역한 냄새도 난다. 요즘 거름을 주는 시기인데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쓸려 내려온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걱정했다.
진주시와 남강댐관리단은 거품이 댐 방류 낙차로 인한 자연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오염물질이 섞였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와 남강댐관리단은 일단 이번 거품 사태를 댐 방류 당시 낙차로 인해 생긴 단순 자연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발전 방류를 할 때는 진양호의 물이 남강 아래에서 합류를 하지만, 수문에서 방류를 할 경우에는 낙차로 인해 물 속의 용존산소와 유기물이 공기와 만나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례적으로 거대한 거품섬이 생긴 만큼 거름으로 인한 오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진주시 관계자는 “방류 낙차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평소보다 물이 세게 떨어지면 밑에 있는 퇴적물이 많이 올라올 수 있고 강바닥에 쌓여 있던 것까지 확 뒤집힐 수 있다. 다만 이번 경우는 평소보다 거품이 많이 생긴 상황이다. 그래서 민원 접수도 많이 됐다. 거름을 많이 주는 시기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대규모 거품섬은 현재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일주일 정도 쌓여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지고 비바람이 세게 불자 어느 정도는 자연적으로 유화됐다.
또 물살이 약한 곳은 진주시가 청소선을 이용해 물대포를 쏴 거품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