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온배수 어업피해 보상 갈등… 어민 450명, 부경대 집회
26일 기장군어업인피해대책위 소속 어민 약 450명이 부경대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보상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변은샘 기자 iamsam@
“바다 들어가보믄 죄다 하얗고 미역이 하나도 없다 안카나. 이래놓고 50년 동안 보상 한 푼 몬 받았다.”
26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부경대 앞. 60년 해녀 경력의 동부산해녀회 임덕이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기장군어업인피해대책위 소속 어민 약 450명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부경대 정문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진행하는 온배수 피해 범위 재조사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속한 보상 협의를 촉구했다.
70대가 훌쩍 넘은 어민들과 해녀들이 거리에 나온 것은 한수원과의 계속되는 ‘용역 공방’ 때문이다. 고리원전에서 온배수가 배출된 이래 어민들은 꾸준히 어업 피해를 주장해 왔다.
이에 2007년 부경대·한국해양대에서 온배수로 인한 어업피해범위를 산출하는 용역이 진행됐으나 어민들은 실제 피해 범위보다 과도하게 축소됐다고 반발했다. 이후 이뤄진 전남대 재조사에서 애초보다 더 넓은 피해 범위가 도출되자 이번에는 한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두 번에 걸쳐 용역이 진행됐지만 양쪽 모두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수원은 2021년 전남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지난해 다시 부경대에 피해 범위 산출을 위한 새 용역을 맡겼다. 보상을 위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어민들은 부경대 재조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조사를 취소하기 전에는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어대위 김종학 위원장은 “부경대 용역 결과에 문제가 있어 전남대에 재조사를 맡긴 것인데, 다시 용역을 부경대에 맡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부경대 용역은 과거 전남대 용역 문제를 인식한 기장 지역 다른 어민단체인 ‘상임위’ 합의 하에 추진되고 있다”며 “다만, 어민들의 고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민원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어민들은 한수원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다음 달 5일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