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휴전 틀’ 마련됐는데 재 뿌리는 네타냐후
“라파 공격, 휴전 협상과 무관”
국제 사회 압박에도 입장 고수
피랍 인질 130여 명 미송환
이스라엘 내 여론도 악화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과 직면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 협상의 기본 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타결까지 순탄할지를 놓고 회의적 시선이 고개를 든다.
하마스가 협상안에 동의해야 하는 데다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합의가 이뤄져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휴전이 내키지 않는 듯한 네타냐후 총리와 그를 떠받치고 있는 극우세력의 행보가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궤멸 전까지는 휴전은 없다고 공언해온 데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협상장에 나오기는 했지만 라파 진격의 뜻을 꺾지 않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협상이 이뤄질 경우 라파 공격은 어느 정도 미뤄지겠지만, 결국 하게 될 것”이라면서 “협상이 불발될 경우 우리는 어찌 됐든 라파 공격을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 대해서도 “하마스가 ‘망상적인 주장’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되면 우리가 원하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하마스는 말이 안 되는 요구로 (협상을) 시작했으며 아직 그것을 포기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소탕을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목표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하마스가 여전히 건재한데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인질 구출 작전 역시 별다른 성과가 없어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 250여 명 가운데 100여 명은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때 풀려났지만 130여 명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가운데 30여 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CNN, NBC 방송 등에 출연해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 대표들이 임시 휴전을 위한 인질 협상의 기본 윤곽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국 등은 이스라엘에 하마스가 40명 정도의 인질을 석방하면 6주간 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리번 보좌관은 “궁극적으로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와 간접적인 토론도 있어야 한다. 그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면서 “향후 수일 내에 이 사안에 대한 확고하고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현재 영구 휴전 요구를 철회하고 대신 영구 휴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후 단계의 협상을 받아들일 용의도 있는 등 다소 유연성을 보이며 협상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일부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여전한 상태다.
중재자들은 다음 달 10일께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이전에 협상이 타결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라마단 기간에 전투가 격화될 경우 이미 고조된 아랍계의 반(反) 이스라엘 정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성명을 통해 라마단 기간에 전투가 벌어지면 “전쟁이 확대될 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