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밸류업 프로그램'… 시장 "권고에 그쳐 실망"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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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보다 인센티브 초점 맞춰
상장사 7월부터 밸류업 자율 공시
우등생 모은 별도 지수·ETF 출시
실망 매물에 코스피 2640대 후퇴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단순 권고 방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며 시장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제성과 구체성이 결여된 만큼 실효적 조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코스피는 이날 2640대로 후퇴한 채 장을 마쳤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 기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기업 밸류업’은 금융위가 연초 도입 방침을 밝힌 뒤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급등하는 등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아 왔는데 이날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방안에 따르면 먼저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유관 기관과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 상장사들은 이를 참고해 하반기부터 자율 공시에 나서게 된다. 기업 개선 계획 수립을 위해 공시 기한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는 형식이다.

정부는 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시할 방침이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 지원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오는 9월 개발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등생 종목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돼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이밖에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과 상장사들과의 소통 강화 계획 등이 담겼다. 거래소 내 전담 부서와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는 한편,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통합 홈페이지가 개설된다. 공시 교육과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장기업 대상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 시장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날보다 20.62포인트(0.77%) 내린 2647.08로 집계됐다. 전장보다 10.35포인트(0.39%) 내린 2657.35로 시작한 지수는 오전 한때 37.43포인트(1.40%) 하락한 2630.27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이후 낙폭을 줄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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