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2차 가해 간부, 위자료 지급하라”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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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원고 일부 승소 판결
“가해자와 분리 조치도 안 해”

부산지법 청사. 부산지법 부산고법 부산가정법원.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지법 부산고법 부산가정법원.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부산시 산하기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여성에게 2차 가해를 한 간부들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단독 심우승 판사는 26일 직장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A 씨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전·현직 간부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심 판사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을 포함한 피고들에게 원고가 청구한 3400여만 원 중 66% 정도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인과 수술을 앞두고 있던 A 씨는 자신에 관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SNS 채팅 메시지를 우연히 보는 등 성희롱을 당하게 됐다. 당시에는 회사 분위기 등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다가 2020년 3월 성희롱 가해자와 같은 부서로 발령을 받자 A 씨는 과거 성희롱 사건을 회사에 알렸다. 하지만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 판사는 사건 당시 간부들이 피해 여성에게 한 말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들이 가해자와의 분리 등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심 판사는 “피고는 성희롱 행위의 증거를 수집한 원고를 비난했고,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가 사소한 것이며 피해 여성이 예민해 발생한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다”며 “원고의 부서 변경 요청에도 간부들은 이를 거부하며, 성희롱 사건에 가담한 직원과 피해 여성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도록 해 실질적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성희롱 사건에 따른 2차 가해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원고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성적 혐오감을 준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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