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에 옛 부산세관 청사 복원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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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새 관광 자산 확보
부산본부세관 적극 추진 의지
제대로 된 복원·활용 고민해야



부산세관 옛청사 전경. 부산세관박물관 제공 부산세관 옛청사 전경. 부산세관박물관 제공

1910년대 최고의 건축 공법과 고급 건설 자재를 사용해 지어져 부산시 문화재로까지 지정되었지만 1979년 도로 확장을 위해 허무하게 철거된 옛 부산세관 청사가 복원될 전망이다. 26일 부산 중구 중앙동 관정빌딩에서 열린 ‘부산항 북항재개발과 구 부산세관 청사 복원’을 주제로 한 북항콘서트Ⅲ에 참석한 장웅요 부산세관장은 “옛 부산세관 철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되도록 청사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시민들도 여기에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관세청 소속 부산본부세관은 건물 복원에 10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옛 청사 복원 TF를 만들어 정확한 소요 예산 규모를 산정 중이다.

1911년에 준공된 옛 부산세관 청사는 2층 구조에 4층 높이의 탑신을 보유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었다. 건물 벽체에는 러시아에서 공수해 온 붉은 벽돌이 외장 마감재로 사용됐다. 탑신 아래는 연약지반이라 우리나라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기초를 했다는 점도 의미 있다. 1970년 새 부산본부세관 청사가 완공되면서 업무가 이전된 뒤에도 건물은 보존되다 1973년 부산시 지방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1979년 부산대교가 건설되면서 도로 확장을 위해 철거가 강행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08년 군산항에 건립된 군산세관의 본관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승격되어 보존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본부세관은 관세청 소유의 국립부산검역소·부산출입국외국인청(2038㎡) 부지를 부산항만공사(BPA)에 넘기고 현재 리모델링 중인 부산본부세관 건물 뒤편의 BPA 소유 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 일부를 대토 받는 식으로 맞바꿔, 대토 받은 부지에 옛 부산세관을 건립한다는 복안이다. 옛 부산세관 청사가 복원되면 우리나라 수출 물류의 95%를 담당한 부산항의 역사를 부산의 미래인 북항 재개발 공간에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북항콘서트Ⅲ 세미나에서는 옛 부산세관 청사 복원 소식에 가슴 설레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부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그것을 미래 가치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옛 부산세관 청사 복원이 꼭 필요하다. 새로운 랜드마크와 동시에 관광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한 “부산시민들은 부산시민공원 조성 운동이나 위트컴 장군의 조형물 건립을 위한 모금 캠페인 경험을 갖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부림 부산관광협회부회장은 “현대식 건물만 들어서고 있는 북항에 근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건물이 생긴다면 부산 관광을 위한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은 “세관박물관이 1984년부터 문을 열었지만 부산본부세관 청사 안에 있어서 시민이 잘 모른다. 복원한 건물에 세관박물관을 두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산세관은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옛 부산세관 완공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따라 벌써부터 옛 부산세관 청사 복원으로 중구 원도심과 첨단 북항을 잇는 근현대 유산 벨트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역사를 핑계로 복원이 아니고 재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성급하게 지금부터 완공 시기를 못 박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된 복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후회하지 않는 복원이 되도록 지금부터 복원 뒤의 활용 문제까지 고민하는데 시민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26일 부산 중구 중앙동 관정빌딩에서 ‘부산항 북항재개발과 구 부산세관 청사 복원’을 주제로 한 북항콘서트Ⅲ가 열리고 있다. 26일 부산 중구 중앙동 관정빌딩에서 ‘부산항 북항재개발과 구 부산세관 청사 복원’을 주제로 한 북항콘서트Ⅲ가 열리고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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