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대 축구부, 돌풍 넘어 신화 썼다…창단 2개월 만에 ‘한산대첩기’ 우승
후반 추가시간 안현희 극장골
하석주 감독 아주대 1-0 꺾어
동명대, 작년 12월 20일 창단
'황희찬 스승' 이창원 초대 감독
69일 만에 신생팀 우승 이끌어
27일 열린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전에서 아주대를 1-0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동명대 축구부와 대학 관계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동명대 제공
27일 열린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전에서 아주대를 1-0로 꺾고 우승한 동명대의 전호환 총장과 이창원 감독(오른쪽 두 번째)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동명대 제공
창단한 지 갓 2개월을 넘긴 동명대 축구부가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극장골’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새내기 선수들로 구성된 동명대는 전통의 강호를 잇따라 잡아내며 돌풍을 넘어 신화를 썼다.
동명대는 27일 오후 경남 통영시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전에서 아주대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안현희의 극장골이 승부를 갈랐다.
앞서 이틀 전 경희대와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을 치른 동명대는 이날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강호 아주대에 대등하게 맞섰다. 동명대는 매 경기 멀티골로 결승까지 진출한 아주대의 공격력을 잘 방어하며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동명대 이창원 감독은 후반 공격 강화를 위해 이도영과 안현희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이도영은 후반 30분 묵직한 왼발 프리킥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42분에는 실점 위기를 맞았다. 페널티라인 부근에서 아주대에 슈팅을 허용했지만 하준서 골키퍼가 펀칭으로 잘 막아냈다.
후반 45분을 넘겨 연장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각,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깨는 결승골이 터졌다. 이도영의 왼발 프리킥 볼이 수비수에 막혀 흘러나오는 혼전 상황에서 안현희가 침착하게 왼발로 밀어넣어 아주대 골문을 갈랐다. 이창원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1999년 이후 25년 만에 춘계대회 우승을 노렸던 아주대는 동명대 돌풍의 희생양이 됐고, 하석주 감독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동명대의 우승을 지켜봤다.
이번 대회에서 예선 조 1위(2승 1무)로 16강에 진출한 동명대는 토너먼트전에서 연거푸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두며 ‘돌풍의 팀’으로 부상했다. 16강전에서 성균관대를 상대로 3-1 역전승을 일궜고, 8강에서는 홍익대에 3-2 재역전승을 거뒀다. 홍익대와 경기에서는 전반 선취골로 앞서가다 1-2 역전을 허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두 골을 몰아넣어 승부를 다시 뒤집었다.
지난 25일 4강전에서는 120분 연장 혈투 끝에 경희대를 물리쳤다. 전반 25분 선취골를 내준 뒤 후반 5분 경희대의 자책골로 1-1 균형을 맞춘 동명대는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6-5 승) 끝에 결승에 올랐다.
동명대 축구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창단됐다. 포항제철고 시절 ‘황희찬의 스승’으로 유명한 이창원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창단식 때 황희찬 선수 등이 축하 영상을 보내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명대는 1학년생들로 구성된 신생팀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대학 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동명대는 이창원 감독이 이끌던 대구예술대학 축구부가 해체되자, 이 감독과 함께 선수들을 편입학 등의 방식으로 영입해 팀을 새롭게 꾸렸다.
이 감독은 2021년 대구예술대학 감독을 맡아 이듬해 8월 팀을 제5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 정상에 올려놓는 등 부임 2년 만에 무명팀을 우승팀으로 성장시킨 바 있다. 동명대로 자리를 옮긴 뒤엔 69일 만에 신생팀에 우승컵을 안기며 명성을 이어갔다. 이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우리나라 아마추어 축구계에 한 획을 긋고, 팀이 대학리그에 정착하는 데에도 큰 계기가 된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도 항상 우승을 목표로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4학년도 축구학과를 신설한 동명대는 이 감독에게 교수직을 부여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캠퍼스에 국제규격 축구장을 조성하고, 전략회의실·전용트레이닝실·선수재활실·선수전용버스 등도 마련했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유능한 이 감독 아래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돼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스포츠 명문 Do-ing(도전·체험·실천) 동명대로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