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지역소멸, 생활인구 협업으로 돌파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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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바이로컬 대표

생활인구 유입 다양한 정책 시행 중
지역 의제 발굴과 참여자 역할 부여
지역소멸 극복 위한 실마리 가능성

우리나라의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최근 지역소멸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거, 의료, 교육, 생활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 수립에 노력하고 있다. 지역마다 소멸이 진행 중인 속도와 특성 등은 다르겠지만 대체적인 원인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소멸의 주요 원인을 꼽자면 일자리로 대표되는 경제적 격차, 정주 여건 등 사회기반시설의 열악 등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산업 진흥, 매력적인 정주 여건 조성 지원, 생활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 활성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까지 그 지역의 인구로 여기는 새로운 인구 개념인 ‘생활인구’를 도입하여 관광 유형, 군인 유형, 통근 유형, 외국인 유형, 통학 유형으로 나누어 다양한 경로의 유입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부산 지역의 경우 인구감소 지역으로 동구, 서구, 영도구가 있으며 관심 지역으로는 금정구, 중구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인구감소 지역은 도시 내에서 점점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인구소멸 자금을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구는 의료관광과 병원 일자리 확보에 초점을 맞췄으며 외국인 의료관광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간병인 등 지역민 일자리 창출에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영도구는 커피 복합문화 공간 조성과 이와 관련한 직업 교육을 통한 커피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외에 해양치유센터 조성을 통한 지산학 연계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동구는 북항 재개발 이후 차츰 유입될 젊은 층을 위해 기금 전액을 보육환경 개선에 집중하여 투자하고 폐교 복합개발 등 도시재생사업의 연계성을 높이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밖에 부산창조혁신센터는 이들 지역에 워케이션센터를 운영하여 유입되는 생활인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각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은 기존의 관리형 도시계획과는 다르게 생활인구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며 조직과 시스템, 커뮤니티 등 주체 간 협업이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생활인구가 지역의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 연계형 행정조직과 워킹그룹 형식의 부처 간 의견수렴 창구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마련해 기본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동네 사람 지도와 같은 사람 간 연결망을 통해 상인, 주민, 예술인, 청년 등 거주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가 이어지도록 행정이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더불어 민간의 협력 기업들과 함께 지속해서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 지역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유연한 조직으로 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내 이미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와 지원 네트워크가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결합되어야 하겠다.

기존에 마을 단위 사업이 많이 진행된 지역 또한 소멸 지역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이미 지역 내에는 여러 조직이 구축돼 있으며 그동안 운영 역량과 구성력 그리고 실천적인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조직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새로 바꾸는 ‘리브랜딩’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고, 비즈니스적 접근 등을 통해 소멸 지역의 맞춤형 조직으로 전환해야 인적자원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협업 사업들을 연결한다면 지역 내 필요한 지원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생활인구 개념으로 조직을 연결한다면 지역 내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커뮤니티 간 연결도 더 활발해질 것이다.

작년 말 ‘영청넷’이라는 영도 지역 청년조직들의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구성원들은 직장이 영도에 있어 청년 활동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본인을 소개할 때 “저는 물리치료사이지만 지금 문화기획자, 크리에이터 디렉터입니다”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자기 본래의 캐릭터 외에 또 다른 ‘부캐릭터(부캐)’의 시대가 됐음을 실감했다. 하나만 잘하는 전문가가 아닌 다양함을 엮어 내는 전문가들은 이미 지역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활인구가 주요 의제 발굴과 참여자로서 지역 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면 비록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이라도 크게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생활인구의 사회적 교류 등 다양한 활동 영역의 확장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생활인구를 연결하는 협업모델 구축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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