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보험 지원 더 필요” 환자는 “과도한 책임 면제”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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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특례법안 내용·반응

보험 가입 땐 중상해도 불기소
필수의료진 사법 부담 경감책
의사 파업 막을지 여부 불투명
“소송 없이 보상 가능” 설명에도
환자 단체, 강력 반대 의사 표명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이탈 8일째인 27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타 지역의 2차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이탈 8일째인 27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타 지역의 2차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공의 공백이 8일째 이어져 의료 현장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료사고특례법)을 내놨다. 일종의 ‘의사 달래기’ 정책인 셈인데, 의료 현장에서는 특례법 내용 보완이 필요한 것과 별개로 의대 증원 반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 팽배하다.

■특례법 어떤 내용 담았나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27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사법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의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안을 처음 공개했다. 특례법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환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받는다.

또 의료진이 종합보험·공제에 추가로 가입하면 의료 과실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특히,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 행위, 중증질환 처치, 분만 같은 필수의료 행위의 경우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해 의료진을 두텁게 보호한다. 의료진이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다 해도 형이 감면된다.

복지부는 이 같은 특례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료 기록이나 CCTV 위·변조, 의료분쟁 조정 거부나 환자 동의 없는 의료 행위, 다른 부위 수술 같은 명백한 과실이 있을 경우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면책 받을 수 없다.

복지부는 이 법이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필수의료 인력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환자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례법이 등장한 계기는 한국 의료계의 필수의료 기피와 관련 있다. 2017년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당시 의료진 3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되면서,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사 단체의 목소리가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사 집단 사이에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했다.

■“보험 지원 비롯 구체화를”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 보험료 지원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의 위험에 처해있는 의료진 입장에서 거액의 민사 손해배상 판결은 의사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부산 영도구 아이서울병원 이창연 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귀지를 파다가 피가 났다고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나 늑장 대처로 신생아에게 뇌성마비 장애를 입혔다며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처럼 최근 의료진 배상액이 커지는 추세다”며 “의사 개인이 연간 120만~200만 원의 보험을 내고 있는데, 최근 판결 경향을 보면 보험료를 1000만 원 정도는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정성운 병원장(흉부외과 전문의)은 “결국 문제는 민사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돼야 할 것 같다”면서도 “필수진료과 선택을 유도하려면 상당한 보상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특례법이 환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의사 행위에 대한 과도한 책임 면제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환자단체들은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하는 내용도 없이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편,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계약을 앞두고 임용 포기를 선언한 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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