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꼬인 배선 뭉치에 나사 풀린 비계… 사고 우려 ‘아찔’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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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적용 건설현장 가 보니

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본부
동래구 아파트 공사장 점검
장비 흔들리고 곳곳 위험요소
“사고는 사소한 곳에서 발생
안전 투자 아껴선 안 돼” 지적

27일 오후 1시 30분께 방문한 부산시 동래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산안보건공단 점검이 진행 중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 27일 오후 1시 30분께 방문한 부산시 동래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산안보건공단 점검이 진행 중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

“나사 하나 안 조이면 바람만 불어도 추락할 수 있습니다.”

27일 오후 1시 30분께 방문한 부산시 동래구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 강풍이 불어오자 설치된 장비가 여지없이 흔들렸다. 현장 내부엔 녹슨 못이 박힌 나무판, 동그랗게 꼬인 배선 뭉치, 사용하던 연장이 빼곡했다. 곳곳에 삐죽이 나온 철제물은 머리를 찌를듯 가까워 아찔한 모습이었다. 근로자가 작업 장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가설 작업대인 비계는 나사가 풀려있기도 했다.

이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이하 산안보건공단)가 진행한 건설 현장 점검에서는 곳곳에서 위험 요소가 발견됐다. 이날 현장 점검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점검 결과,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안전을 최우선하는 작업 방식이 정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산안보건공단 단속반은 이날 사업 현장 안전 계획서 이행 사항을 확인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 확인’과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을 불시 점검하는 ‘건설업 패트롤 현장 점검’도 진행했다.

단속반은 현장 소장과 함께 막 콘크리트 타설을 마친 위층을 제외한 15층부터 위험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시정을 요구했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추락 위험 요소다. 추락사는 부산 산업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다. 산안보건공단 강량구 건설안전부 과장은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의 72%가 추락사였다”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에 대한 투자를 따로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생각해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몇 푼 아끼려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안전 난간대 위아래가 바뀌어 설치되거나 안전벨트를 걸 수 있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 작업 시 안전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공사 현장을 살펴보던 단속반은 “사고는 이것쯤이야 하는 사소한 곳에서 발생한다”며 “고층에서 발판 위를 걸어갈 때 고정이 살짝 헐겁게 돼 있으면 바람만 불어도 추락 사고가 일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몇 분이면 충분한 안전장치 고정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추락, 충돌, 끼임, 화재 폭발 등 각종 산업재해 사례를 들어가며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단속반은 “2022년 유독가스 방지 시설인 제연덕트 덮개 위에서 옷을 갈아입던 노동자가 추락한 일이 있었다”며 “노동자들이 덮개 위에 올라가지 못하게끔 안전 교육을 통해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장소장은 지적 사항을 즉각적으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발을 삐끗해도 추락할 일이 없도록 발판을 하나 더 설치해 넓게 만들고,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전기 설비에 보호덮개를 씌워 감전 위험을 막고, 사다리에 지지대를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단속반은 바로 시정할 수 없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조치해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단속을 마친 산안보건공단 박상호 건설안전부장은 “협조적인 현장 분위기 덕에 단속을 잘 마쳤지만, 간혹 지적 사항에 강하게 반발하거나 안전조치 시행을 명령해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엔 어려움을 느낀다”며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현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안전 장비를 적극적으로 설치해 안전한 현장을 마련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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