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가득한 시골 빨래터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의령 칠곡면 ‘뽀송뽀송 빨래방’ 개소
거동 불편 등 취약계층에 이불 세탁
수거·세탁·건조·배달 원스톱 서비스
읍면 절반 이상 ‘공공 빨래방’ 설치

경남 의령군 칠곡면 행정복지센터에 개소한 ‘뽀송뽀송 빨래방’ 내부 모습. 강대한 기자 경남 의령군 칠곡면 행정복지센터에 개소한 ‘뽀송뽀송 빨래방’ 내부 모습. 강대한 기자

“이불 수거 왔습니다.” 거리에 핀 민들레가 봄기운을 전하는 28일 오전 경남 의령군 칠곡면 행정복지센터. 한적한 시골 마을 면소(面所) 한쪽 모퉁이에 자리 잡은 별관 1층에 공무원 너덧 명이 오가며 복작거린다.

1990년대 지어져 창고 등으로 쓰인 이 공간은 지난해 내·외부를 리모델링했다. 연한 노란색으로 벽지를 두르고 천장형 에어컨과 공기 청정기, 테이블·의자 등을 구비했다. 특히 25kg 용량 드럼 세탁기 2대와 그 위에 나란히 설치된 건조기 2대가 눈에 띈다.

바로 앞 카트 위엔 가로 70cm·세로 40cm·폭 30cm 크기의 노란 쇼핑백이 단정하게 개인 이불을 품고 있다. 반대편에는 튼튼해 보이는 빨래건조대도 2개 있다. 7평짜리 쪽방이 빨래방으로 개조됐다.

이미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시범운영을 진행해 하루 5~6가구가 이 빨래방에서 이불을 세탁해 갔다. 면민 1140여 명 중 거동이 불편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침구류 세탁이 어려운 위생 취약계층 1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사업이다.

빨래방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의 감사 김상갑(81) 씨는 “대단한 건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너무나 고마워 하신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호사를 다 누린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 의령군 칠곡면 행정복지센터에 개소한 ‘뽀송뽀송 빨래방’ 입구. 강대한 기자 경남 의령군 칠곡면 행정복지센터에 개소한 ‘뽀송뽀송 빨래방’ 입구. 강대한 기자

의령군이 부족한 생활 기반 구축과 청결·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공공 빨래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칠곡면 뽀송뽀송 빨래방’이 개소했다. 내달 4일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군내 13개 읍면 중 절반 넘는 7개 지역에 공공 빨래방이 들어서게 됐다. 김 씨가 취약계층 가정 등을 직접 찾아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건조한 뒤 다시 배송하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불 등 대형세탁물 빨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기가구 발굴·지원까지 해결할 수 있어 군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생필품 전달, 말동무 되어주기 등 돌봄 복지는 덤이다. 김 씨는 “(본인이)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좀 더 편하게 불편함을 말씀해 주신다”고 귀띔했다.

이 공공 빨래방 사업은 행정안전부에서도 인정 받았다. 공공자원 개발 공유서비스 실적평가에서 의령이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4500만 원을 따냈고, 이 역시 정곡면 빨래방 사업에 재투자한 것이다.

오태완 의령군수가 28일 칠곡면 행정복지센터에 개소한 ‘뽀송뽀송 빨래방’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령군 제공 오태완 의령군수가 28일 칠곡면 행정복지센터에 개소한 ‘뽀송뽀송 빨래방’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령군 제공

최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라 이불 교체 요구가 많은 데다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인기다. 지난 1월 빨래방 실적은 △부림면 21개 가구에 이불 46채 △궁류면 30가구·30채 △의령읍 30가구·36채 △용덕면 30가구·80채 △가례면 45가구·87채 △정곡면 11가구·12채다.

칠곡면 도산마을 최복이(85) 할머니는 “이불 세탁은 요양보호사에게 부탁하기도 그래서 엄두를 못 냈는데, 정말 좋은 제도가 칠곡에 생겼다”고 빙그레 웃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어르신, 장애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빨래 봉사는 이제 의령군의 특색 있는 복지사업이 됐다”며 “소외된 이웃을 돕고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마을 단위 돌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