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의 기술 보편성과 정체성
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AI 기술과 기존 산업 융합 핵심 주제
미래 아닌 이미 현재에 보편화된 기술
상상력 기반 콘텐츠 창작도 인간 대체
부산, AI 활용 및 성공 방안 고민해
콘텐츠·기존 산업·블록체인 융합하고
신산업과 미래 기술 도시로 발전해야
2월 25일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콘퍼런스의 화두는 AI 기술이었다. MWC 첫날,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구글의 AI 기술 ‘제미나이’와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했다. 삼성은 갤럭시 S24 기반의 ‘AI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유럽의 도이치텔레콤,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도 AI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기기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메타는 말하는 이의 대화 속도와 억양을 고려해서 감정 상태까지 다른 언어로 통역할 수 있는 기술을 보여줬다.
MWC에 전시된 대부분의 제품에는 AI 기술이 적용돼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AI 기술과 기존 산업과의 융합은 지난달 CES에 이어서 MWC에서도 일관된 흐름이다. 이쯤 되면 AI 기술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보편화된 기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AI 기술은 현재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다. 얼마 전 붉은 원피스에 검은색 가죽 코트를 입은 아가씨가 화려한 도쿄의 밤거리를 거니는 감각적인 영상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숙련된 영화감독이 실제 도쿄에서 찍은 영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잘 만들었는데, 오픈AI가 개발한 소라(sora)라는 크리에이팅 서비스가 만든 영상이었다.
이처럼 AI는 인간 고유 영역이라고 믿었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창작까지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AI로 미국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이 46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 물류, 제조 같은 전통적인 산업군뿐만 아니라 콘텐츠 영역에서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시간이 머지않아 보인다.
혹자는 AI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여 직업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며 기술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다.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회사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AI가 코딩을 대신해 줄 테니 사람은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AI 기술의 발달로 사람은 컴퓨터공학 대신 인문학이나 생명공학을 공부해서 AI에게 무엇을 시킬지를 고민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맞는 말이다. 이제 How(어떻게)보다는 What(무엇을)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이런 맥락에서 부산은 시대적 주류 기술로 도약한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무엇을 이뤄낼지를 생각해야 한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 지스타 등 국제적인 규모의 콘텐츠 기반 행사를 치러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콘텐츠 허브 도시이며 차세대 가장 중요한 기술 영역으로 평가받는 블록체인 특구 도시이다.
하버드대학교 마틴 푸크너 교수는 “정체성과 보편성은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관계와 같다”고 했다. 익숙한 정체성과 새로운 보편성이 뒤섞일 때 인류는 교류하고 접촉하며 시너지를 얻고 다음 단계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부산은 콘텐츠와 블록체인이라는 부산의 기존 정체성을 살리며, AI라는 시대적 보편성을 가진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더하고 부산만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쩌면 AI 기술과 부산을 대표하는 콘텐츠, 블록체인 산업의 융합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부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가치를 지닌 자산이 24시간 거래가 되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가 곧 설립된다. 다양한 가치를 지닌 자산에는 IP, 콘텐츠 자산도 포함된다. 부산의 경쟁력 있는 가치를 보유한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부산 블록체인 생태계뿐만 아니라 부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성장 동력이며 기술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라는 시대적 보편성, 주류 기술과 융합되는 청사진을 그려보면 좋겠다. AI와의 융합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다양한 가치를 지닌 디지털자산들이 24시간 거래되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일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성장한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기존에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와 인사이트를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산은 기존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정체성과 보편성과의 융합은 중요하다. 기존 부산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콘텐츠, 블록체인, AI 산업과의 융합은 기존 산업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시대적 보편성 AI와 부산의 정체성 블록체인 기술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술 도시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