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목돈 21조 원 잡아라"… 불붙은 MZ 유치전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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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만 명 청년희망적금 만기
BNK, 청년 주택청약통장 출시
에어팟·워치 등 증정 이벤트도
"만기 짧은 예적금 선호 경향"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이달부터 도래하면서 은행권의 청년 자금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 중구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청년도약계좌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이달부터 도래하면서 은행권의 청년 자금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 중구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청년도약계좌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MZ세대’ 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정부가 저축 장려금을 지급하는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시작됐고 이달 들어 청년 대상 청약 통장 가입이 시작되며 대규모 청년 발 ‘머니 무브’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상품 비교에 능숙하고 이자율에 민감한 MZ세대 특성에 맞는 ‘타깃형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시작됐다. 다음 달 4일까지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청년이 1인당 평균 1000만 원 수준의 목돈을 손에 넣게 된다. 청년희망적금은 월 납입 한도 50만 원의 2년 만기 자유 적립식 적금상품으로 2022년 2월 출시됐다. 총급여 36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은행 이자에 더해 1년 차 납입액에 대해서는 2%, 2년 차 납입액에 대해서는 4%의 저축장려금을 정부가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희망적금 가입 유지자 수는 203만 3734명에 달한다. 전체 납입액은 21조 3750억 원이다.

21조 원 규모의 뭉칫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은행권도 팔을 걷어붙였다. BNK부산은행은 국토교통부가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을 매개로 청년 고객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은 만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연 2%대의 주택담보대출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부산은행은 청년주택드림통장을 부산은행에서 10만 원 이상 신규 가입하고 10만 원 이상 자동 이체를 등록하면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2만 원 캐시백을 제공한다. 이벤트 참여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애플 에어팟 맥스(1명) △애플워치 SE2(2명) △스타벅스 1만원 기프티콘(100명)을 함께 증정할 계획이다.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을 반영한 ‘공구 통장’도 등장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총판매 금액이 높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공동 구매 정기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물건을 공동 구매할 때 개인이 혼자 살 때보다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한 원리다. 함께 예금에 가입한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이벤트 금리도 있다. 기존 청년희망적금 고객이 만기 된 적금을 해지한 것이 확인될 경우 연 0.5%포인트 이자가 높아진다.

청년들의 예금 예치 기간이 짧은 점을 활용한 만기가 짧은 상품도 대거 등장했다. 하나은행의 ‘급여하나 월 복리 적금’은 만 35세 이하 청년에게 연 1.30%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대 연 5.85%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만기는 1년이고 분기별 15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 달부터 적금’은 연 최대 4.50%의 이자를 제공하고 총납입 회차의 80~90%만 달성해도 우대 이자율을 제공한다.

은행권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는 데는 정부 청년도약계좌의 흥행 부진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청년희망적금 만기 금액을 지난해 출시한 청년도약계좌로도 일시 납입할 수 있게 했지만, 연계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희망적금의 납입 기간이 5년으로 길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이달 초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는 40여만 명으로 청년희망적금과 연계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289만 명 중 30%(86만 명)가 중도 해지한 점 등에서도 장기간 목돈 예치에 젊은 세대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지역의 한 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짧은 상품을 선호하고 은행 간 비교가 원활한 청년들의 특성에 맞춰 은행권이 이자 경쟁을 넘어 이벤트 경쟁까지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미래 고객 유치 관점에서 청년 대상 이벤트 상품 출시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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