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기한 29일, 의료 현장 혼란 분수령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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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업무복귀 안 할땐 사법처리
전공의 대표 집 업무개시명령 전달
의협 전현직 간부 5명도 첫 고발

대통령실, 2000명 증원 못 박아
의협, 총궐기 예고 의업 포기 맞서

28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진료표가 비어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업무에 복귀하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정상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8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진료표가 비어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업무에 복귀하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정상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처음으로 고발하며 전공의 공백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에 칼을 빼 들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기한으로 29일을 제시했는데, 실제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사법처리 시작될까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인 27일 오후 의협 소속 의사 5명을 고발한 데 이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자택까지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정부가 제시한 업무 복귀 기한인 29일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사법 처리를 위한 준비를 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를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한 것에 대해 복귀 시한으로 정한 29일 대표성을 띤 전공의부터 처벌을 시작해 나머지 전공의를 돌아오도록 하려는 강경책으로 풀이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소수이긴 하지만 전공의가 복귀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119명 중 7명, 조선대병원 113명 중 7명, 충북대병원 121명 중 6명 등이다. 부산에서는 아직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29일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병원 등 부산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여전히 전임의와 교수 중심으로 진료를 보고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의협 비대위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의협 노환규 전 회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 교사, 방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전공의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대란 이후 처음이다.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라며 “3월 1일 이후 정부가 처벌을 본격화하면 앞으로 전공의와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을 것이며 선배 의사들도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의협 대표성 없어”

대통령실은 28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재강조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가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시한 데 대해 확실한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인력 수요나 공급을 추계해 정확하게 몇 명이 필요하겠다는 것에 대해 의료계 의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결정하는 책임은 국가에 주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협은 개원의 중심으로 구성돼 전공의, 봉직의, 교수 등 전체 의사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20년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며 촉발된 의사 파업 때도 개원의의 파업 동참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0일 의대 정원 증원 철회 등 7가지 요구를 담은 비대위 성명서를 낸 이후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다. 대신 전공의 집단 사직서라는 방식으로 병원 근무를 중단했다. 만약 전공의가 29일 정부의 복귀 기한까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 혼란과 공백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의사 집단 내에서 사법 처리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2020년 의사 파업은 한 달가량 지속됐다.

부산시의사회 김태진 회장은 “정부 고발로 의협 회원이 어느 때보다 격앙된 상태다”며 “10년 이상 주장해 온 의료사고처리 특례법도 이 지경까지 오니 던져주는 방식으로 나서는 정부의 행태가 아쉽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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