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지주 이사회 정조준… BNK 이사회도 대폭 물갈이?
금감원, 이사회 쇄신 등 권고
감시·감독 기능 강화 방향
사외이사 교체·증원 등 가능성↑
BNK "가이드라인 지키며 개편"
정부가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개편을 사실상 요구하면서 지역 최대 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 이사회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열린 BNK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BNK금융지주 제공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책임 경영 강화가 화두인데 지주 이사회가 금융지주 감시·감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의 칼날이 이사회를 향하면서 지역 대표 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이하 BNK)도 이사회 개편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은 BNK를 포함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DGB·JB 등 8개 금융지주회사와 국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에 이달 중순까지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 실행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30개 항목의 모범 관행을 선정했다.
금감원은 모범 관행의 핵심 내용으로 이사회의 기능 강화를 꼽았다. 최근 홍콩H지수 ELS 사태와 대규모 횡령 등 금융권의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사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사회 인적 쇄신을 지주사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 기능 제고가 필요한 이유로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이달까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요구하면서 BNK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이달 말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이사회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BNK 이사회는 빈대인 회장을 제외하고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신규 임용된 3명을 제외하고 기존 사외이사 3명은 올해로 임기가 종료된다.
지주 내규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이내로 하되, 연임 시 임기는 1년 이내로, 최대 5년까지 재임이 가능하다. 지난해 임명된 3명을 제외하고 2명의 사외이사는 2021년, 1명은 2022년 임용됐다. 모두 최대 5년 임기까지는 여유가 있어 연임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연임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주 안팎에서는 사외이사 인원 자체를 증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모범 관행에 지주사 이사 수가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권의 13~14명 수준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BNK 사외이사 수는 금융지주 중 가장 적은 6명에 불과하다. 인원이 적은 탓에 사외이사 1인이 감시·감독하는 소관 위원회가 최대 6개에 달한다. 감시 기능이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이 제시한 모범 관행에서 성별 다양성, 직군 다양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점도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데 힘을 싣는다. BNK의 여성 사외이사는 현재 1명이고 대부분 지주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지낸 금융업계 출신이 많아 다양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시선이 이사회에 집중돼 이사진 역할 확대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한 달여 만에 이사를 모집해야 해 ‘구인난’이 벌어질 경우 개편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현실론’도 존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7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된다. 전체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73%에 해당한다. 이들 중 최대 재임 기간 5~6년을 모두 채운 사외이사 수는 5명이다.
BNK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이달 주주총회에서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지키는 쪽으로 이사회 운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