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3·1만세운동 알린 종… 역사의 현장인 진주로 와야”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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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독립운동 상징 유물
산청 신등교회 마당 방치되다
천안 고신역사기념관에 기증
진주교회 등 지역서 반환 요청

1919년 경남 진주 3·1만세운동의 시작을 알린 진주교회(당시 예수교예배당)에 종탑이 복원돼 있다. 추경화 씨 제공 1919년 경남 진주 3·1만세운동의 시작을 알린 진주교회(당시 예수교예배당)에 종탑이 복원돼 있다. 추경화 씨 제공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3·1만세운동의 시작점이자 신호탄이 된 ‘종’이 진주가 아닌 천안의 한 박물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에서는 역사성을 지닌 유물인 만큼 지역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추경화 진주문화원 향토사연구실장에 따르면 진주 3·1만세운동 당시 신호용으로 사용된 종은 현재 천안시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고신역사기념관에 전시 중이다. 높이 86cm·지름 84cm 크기로, 외부에 녹이 슬긴 했지만 당시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진주 3·1만세운동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유물이지만 정작 종의 존재를 알고 있는 지역민은 드물다. 지역이나 그 인근에 있으면 그나마 수월하게 알 수 있겠지만 250여km 떨어진 천안에 있다 보니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추경화 실장은 “올해는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5주년이 되는 해다. 진주에서도 대규모 3·1만세운동이 벌어졌고 이를 기념하고 있는데, 당시 신호용으로 쓰인 종은 다른 지역에 전시돼 있다. 유물은 역사적인 장소에 있어야 그 가치가 커진다. 마땅히 진주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 3·1만세운동이 일어난 건 1919년 3월 18일이다. 고종황제 장례식에 갔다가 서울 3·1운동을 직접 본 김재화, 조응래, 심두섭, 정용길 등이 지역으로 돌아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천안 고신역사기념관에 전시 중인 종. 추경화 씨 제공 천안 고신역사기념관에 전시 중인 종. 추경화 씨 제공

진주 3·1만세운동에는 인근 6개 시군에서 2만여 명이 참여했다. 당시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주 인구가 10만 명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파가 몰린 셈이다. 진주 3·1만세운동은 지식인뿐만 아니라 농부와 노동자, 상인은 물론, 걸인과 기생까지 참여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진주 3·1만세운동의 시작을 알린 건 ‘종소리’였다.

당시 일본 고등경찰 보고서인 ‘고등경찰관계적록’에는 3월 18일 낮 12시 진주 예수교예배당(현 진주교회) 종소리를 시작으로 도심 곳곳에서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기록돼 있다. 2만여 명의 군중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만세운동을 벌이고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호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종이 한 것이다.

이 종은 계속해서 역사의 현장에 있지 못했다. 진주교회는 만세운동 이후 일제 눈치 속에 종을 사용하지 못했고 산청군 신등면 신등교회에 기증했다. 이후 종은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가 2003년 8월 추 실장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몸체가 분리된 채 금이 가고 심하게 부식된 상태로 신등교회 마당에서 방치돼 있다 발견됐다.

당시 상황이 기록된 일제 ‘고등경찰관계적록’. 추경화 씨 제공 당시 상황이 기록된 일제 ‘고등경찰관계적록’. 추경화 씨 제공

진주교회에서 수차례 환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당시 신등교회 목사가 은퇴하면서 고신역사기념관에 기증해 버렸다. 진주교회는 결국 진품이 아닌 복원품을 만들어 2012년 3월 재설치했다.

추 실장을 비롯해 지역 일부 향토사학자들은 3·1절 105주년을 맞아 신호용 종 환원 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진주시와 함께 고신역사기념관 관계자들에게 공문 등을 보내 환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신역사기념관 측은 기증자 의지나 보관적인 측면에서 기념관에 두는 게 낫다며 환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실장은 “고신대 신학대학원 측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종은 돌아오지 않았다. 답답한 상황이다. 지역의 중요한 유물인 만큼 계속해서 환원운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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