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서민규, 주니어세계선수권 깜짝 금메달…한국 남자 최초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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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도 서 보지 못한 ‘시상대’
김연아 이후 18년 만에 우승 쾌거

서민규가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올댓스포츠 제공 서민규가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올댓스포츠 제공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샛별 서민규(15·경신고 입학 예정)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서민규는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3.45점, 예술점수(PCS) 76.72점, 합계 150.17점을 받았다.

그는 쇼트프로그램 80.58점을 합한 최종 총점 230.75점으로 2위 나카타 리오(일본·229.31점)를 1.44점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동메달은 아담 하가라(슬로바키아·225.61점)가 받았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시상대에 오른 건 서민규가 처음이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2006년 김연아(은퇴) 이후 18년 만이다.

한국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고려대)조차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서민규는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뛰며 기본 점수 9.30점과 수행점수(GOE) 1.37점을 챙겼다. 이어 시도한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는 도약이 흔들리면서 1회전인 싱글 점프로 처리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서민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트리플 루프를 클린 처리했다.

플라잉 카멜 스핀을 레벨4로 수행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서민규는 코레오 시퀀스에 이어 빠른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으로 연기 완성도는 높였다.

그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흔들림 없이 처리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트리플 러츠를 무결점으로 뛴 뒤 트리플 플립-더블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를 침착하게 수행했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살코까지 감점 없이 처리한 서민규는 체인지 풋 싯 스핀을 레벨4로 처리하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1위 점수를 확인한 서민규는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며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였다.

물론 2023년 7월 1일 기준 만 19세 미만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는 시니어세계선수권대회와 수준 차이가 있다. 지난해 시니어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우승자인 우노 쇼마(일본)는 총점 301.14점을 받았다.

서민규의 최종 총점을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대입하면 18위 수준이다.

하지만 서민규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성장세를 고려하면 한국 피겨가 밝은 희망을 발견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서민규는 2023-2024시즌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난 비시즌 기술력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그는 지난해 9월에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완벽하게 장착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개인 최고점 231.30점을 받으며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기력도 크게 성장했다. 그는 이날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않은 어린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한 연기를 펼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가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 받은 예술점수는 76.72점으로 은메달리스트 나카타(73.63점)보다 3점 이상이 높다.

서민규가 향후 기술 훈련을 통해 고난도 4회전 점프를 차근차근 장착하고 표현력을 키운다면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

차준환의 후계자가 드디어 나온 셈이다.

서민규는 이날 경기 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처음 출전한 주니어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하나 나와서 아쉽지만, 뒤에 있는 과제들을 집중해서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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