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취미 등 실용 마인드 장착 MZ세대 “갓생 살아요”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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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추구 늘어
취업 준비부터 생활 개선까지 노력
불경기 속 자기개발 등에 열 올려
불확실한 미래 맞선 현실주의 증가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학기엔 ‘갓생’ 살고 취업해야죠!”

지난 1일 오후 7시께 찾은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도서관. 연휴 첫날 저녁이지만 많은 학생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정연(25) 씨는 “올해 목표인 취업을 이루기 위해 연휴를 즐기기보단 공부하는 게 더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MZ세대에게 ‘갓생’은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을 붙여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청년들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려고 갓생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미라클 모닝’은 대표적인 갓생 라이프 스타일로 꼽힌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공부나 독서, 운동 등 아침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일을 두고 미라클 모닝이라 부른다. 자기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거다. 이들은 혼자보단 함께 갓생을 산다. 2년째 미라클 모닝을 지속해 온 취업 준비생 이지율(25) 씨는 기상 직후에 ‘기상 스터디’ 카카오톡 채팅방에 인증을 남긴다.

※조사 대상:전국 20~59세 2000명(중복응답) 자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 대상:전국 20~59세 2000명(중복응답) 자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채팅방 참여자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목표 등으로 이름 칸을 채운다. 경쟁적으로 기상 소식을 알리며 서로에게 자극을 준다. 이 씨는 “늘어지는 나 자신이 싫어 기상 스터디를 시작했다”며 “약속 시간에 일어나 인증을 하면 목표를 이뤄냈다는 뿌듯함이 크고, 인증을 통해 다짐을 모두에게 공표하다 보니 더 꾸준히 실천한다”고 말했다.

취미도 스터디를 통해 갓생 스타일로 즐긴다. 주영은(24) 씨는 “운동에 강제성을 부여하려고 운동 스터디를 시작했다”며 “일주일에 4번 운동하는 모습을 인증하고 실패할 경우 벌금을 내는데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갓생을 더 효율적으로 살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적지 않다. 할 일 목록을 체크하는 ‘투 두 메이트’(todo mate) 모바일 앱이 대표적이다. 앱을 통해 게임처럼 세세한 일상 계획을 세워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다. 지인들과 공유도 가능해 책임감을 느끼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앱 사용자 박혜준(24) 씨는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할 일 목록에 적어놓고 실천하며 3주 습관 들이기를 한다”며 “최근에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고 싶어 주 3회씩 책 읽기를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MZ 세대들이 갓생 살기에 빠져드는 주 요인은 자기개발 등을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갓생 열풍은 직장인들에게도 불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가 진행한 ‘갓생림픽’에서 상위권에 오른 역무원이자 환경활동가 이채원(29) 씨는 “퇴근 후 또는 주말을 활용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광안리, 삼락 공원, 전포 카페거리 등 부산 곳곳에서 플로깅을 하고 있다”며 “환경교육 자료를 만드는 친구를 도와 시작한 색다른 취미가 단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갓생을 사는 MZ세대를 불경기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긍정적인 현실주의자라고 본다. 힘든 취업 문,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문제 등을 겪는 심리적·육체적 어려움을 갓생으로 다잡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미래가 어떻든 노력을 통해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자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마인드가 최근 트렌드”라며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현실주의자 MZ세대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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