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상품 ‘족쇄’ 풀고 공급 확대 “오피스텔 정책 대전환을” [무너지는 주거 사다리]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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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투기 잡다 청년 내몬다
거주 70% 20~30대, 전·월세 살아
상업시설·대중교통 편리 만족 높아

수익용 간주 분양 물량 감소 뚜렷
월세 상승효과 벌써부터 현실화
“임대 목적 세제·금융 혜택 필요”

20~30대 거주자가 많은 오피스텔을 투기 대상이 아니라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책적 관점이 절실하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안내문. 김종진 기자 kjj1761@ 20~30대 거주자가 많은 오피스텔을 투기 대상이 아니라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책적 관점이 절실하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안내문. 김종진 기자 kjj1761@

오피스텔에 실제로 거주하는 이들의 70%가 20~30대고, 10명 중 8명은 전월세로 살고 있다. 투기성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 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소유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부가 오피스텔을 투기 상품으로 간주하면서 공급 물량이 뚝 끊기고 있다. 벌써부터 오피스텔 월세가 치솟아 지난 1월 월세 수익률이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몇 년 뒤가 더욱 걱정되는 상황인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을 바라보는 정책적 관점 교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70%가 청년 거주자

4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조사에 따르면 오피스텔 거주 가구의 69.1%가 20~30대 청년층이며, 92.9%가 1~2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 형태는 전세가 28%, 월세(보증금+월세, 순월세)는 55%로 전체의 83%가 전세 또는 월세로 살고 있었다. 거주하는 면적은 79.8%가 40㎡ 이하인데, 1인 가구는 전용 40㎡ 이하 오피스텔 거주 비율이 90.3%로 압도적이며 2인 가구는 50.4%였다. 전반적 거주 만족도는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가장 높았는데, 상업시설이나 대중교통 접근 용이성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좋았다.

오피스텔 주인은 60%가 50대 이상이며 평균 8.8년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주인이 살고 있는 자가점유 비중은 2.5%에 불과하고 대부분 임대를 하고 있었다. 연평균 자본 수익률은 2.5%, 소득 수익률은 5.6%로 오피스텔이 투기성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상품보다 안정적 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상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조사는 1500개 서울 지역 오피스텔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진행됐는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오피스텔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청년층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오피스텔의 공급 부족이 예견되면서 앞으로 월세 등 세입자가 부담하는 임대료만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공급 부족에 따른 월세 상승효과는 몇 년 뒤가 아닌 지금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27%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6월(5.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0년 6월 5.44%에서 같은 해 7월 4.75%로 떨어졌지만, 2022년 봄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며 작년 11월(5.01%) 5%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오피스텔 임대 거래량 7만 7663건 가운데 월세 거래는 4만 7452건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 매매거래는 1만 851건에 불과했다. 오피스텔 매매와 함께 공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2021년 5만 6724실에서 2022년 2만 6500여 실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만 6300여 실로 줄어들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올해도 오피스텔 공급이 증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오피스텔 월세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책 전환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적 관점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피스텔이 투기성 상품으로 간주된 탓에 민간의 수요와 공급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분양형 오피스텔에서 임대형 오피스텔로 성격을 달리 바꿔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주택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오피스텔은 투기성 상품으로 간주돼 주택 수에 포함됐고 이후 수요와 공급이 축소됐다”며 “도심 내 청년가구나 1·2인 가구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위해 오피스텔에 대한 금융과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하려면 세제 완화 대상인 ‘신축’ 제한을 풀어야 하며, 공사비 인상을 감안해 금액 기준도 현실에 맞게 상향돼야 한다”며 “그래야 서민·청년의 주거안정 기반을 회복하는 정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오피스텔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기에 앞서 지난 10~20년간 오피스텔이 주택 시장에서 해왔던 많은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며 “여러 여건상의 이유로 분양이 안되다 보니 오피스텔 공급도 끊기는 건데, 규제를 걸어둔 채 민간에만 맡겨두면 절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민간이 임대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지으면 공공기관이 이를 매입해 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형태를 고민해 볼 수 있다”며 “민간 공급자들에게는 세제나 금융 혜택을 열어주고, 과거처럼 오피스텔로 ‘떼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일정 수익을 보장하면 공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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