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태오 “운명 같은 작품 만났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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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무명 생활 연기 자양분
‘패스트 라이브즈’서 해성 연기
배우·제작자로 활동하고 싶어

배우 유태오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CJ ENM 제공 배우 유태오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CJ ENM 제공

“운명을 믿어요. 이 영화를 하게 된 것도,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모두 운명인 것 같아요.”

배우 유태오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5년간의 무명 생활을 딛고 세계 영화계의 관심을 받는 요즘 더욱더 그런 걸 느낀단다. 유태오는 이 작품에서 평생 첫사랑을 마음 한구석에 두고 그리워하는 해성을 연기했다. 그는 “이 영화가 배우 생활에 매우 중요한 작품이 될 거라는 걸 촬영 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태오가 맡은 ‘해성’은 평범한 순수 한국인이다. 영어에도 능숙하지 않다. 사실 유태오의 성장 배경은 해성과 정반대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성인이 돼선 미국, 영국을 오가며 살았다. 극 중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연기는 유태오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 줬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 남자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며 “동양인 남자는 대부분 코미디나 무술 영화에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유태오는 “한국인이 영어를 쓸 때 우스꽝스럽게 들리지 않으면서 감정선을 깨뜨리지 않는 게 늘 고민이었다”며 “한국 관객과 미국 관객 모두에게 설득되는 어조로 전하는 게 숙제였다”고 설명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해성’ 역은 오디션을 통해 기회를 얻었다. 오디션에 응시한 배우는 30명. 유태오가 서른 번째로 오디션 테이프를 보낸 배우였다. 그는 이 역할을 반드시 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유태오는 “마지막 장면을 읽는데 그림이 탁 그려졌다”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1차 오디션에 합격한 뒤 화상 연결로 2차 오디션을 봤다”며 “할 때마다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내 인생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에 대부분 오디션을 봐야 했어요. 이젠 절반 정도는 역할 제안이 들어오고 있죠. 연기 방식도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접근했는데 이번 작품은 캐릭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접근했어요.”

유태오는 2009년 영화 ‘여배우들’의 단역 에밀 역으로 데뷔했다. 열정 하나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해성의 절절한 감정을 연기할 때 ‘15년 무명배우의 한’을 녹였다고 했다. 결국 힘들었던 그 시간이 연기의 자양분이 된 셈이다. 유태오는 지나온 연기 생활이 외롭고 고독했지만, 모두 ‘운명’ 같다고 했다. 그는 “내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운명은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을 닮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감수성 덕분에 내 연기의 색깔의 팔레트가 넓어졌다”며 “만약 내가 어딘가에서 5초 늦게 문을 열고 나갔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지 않나”라고 했다. 앞으로의 꿈도 내비친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동하고 싶어요. 먼 훗날 60~70살이 되면 연기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 배우들에게 영어로 연기를 가르쳐서 세계적인 배우로 만들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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