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죄수 수천 명 탈옥하고 공항에서 총격전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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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아이티 소요 계속
비상사태 선포에도 갱단 기승
미국 정부 자국민 귀국 촉구
이웃 도미니카 “난민 안 받아”

지난 3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교도소 인근에서 수천 명의 수감자들이 난동을 부려 불에 탄 타이어가 나뒹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교도소 인근에서 수천 명의 수감자들이 난동을 부려 불에 탄 타이어가 나뒹굴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악의 치안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들이 공항 장악을 위해 군대와 대규모 총격전까지 벌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도미니카공화국 일간지 ‘디아리오리브레’ 등에 따르면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중무장한 갱단원이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 시설에 난입해 군인과 경찰관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군인들은 활주로에 장갑차까지 출동시켜 갱단 공격을 방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주말 교도소 탈옥과 이에 따른 폭력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아이티 정부에서 전날 밤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린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

앞서 아이티에서는 이들 갱단원이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립교도소를 습격해 수천 명의 재소자를 탈옥시켰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도소에 악명높은 갱단 두목들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범들이 수감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현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을 인용해 “갱단 습격으로 3800여 명으로 추정되는 국립교도소 재소자 가운데 겨우 100명 정도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중앙은행과 정부 주요 시설물에 대한 테러도 감행하는 등 아이티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본인은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인 지미 셰리지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그는 아프리카 케냐를 중심으로 한 다국적 경찰력 투입을 막기 위해 각종 소요 행위를 배후에서 조장하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갱들이 도처에 시신을 방치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모든 미국 시민에게 아이티 출국을 촉구했다.

아이티의 이웃 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예 국경 지역 군 병력 증강과 순찰 강화를 결정했다. 루이스 아비나데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은 현지 취재진에 “우리나라에 아이티 난민 수용소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치안 공백이 시작된 아이티는 지난해 1월에는 이 나라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 의원 10명 임기마저 종료되면서 입법부까지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8일 앙리 총리가 퇴진을 거부하면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까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갱단이 각종 범죄를 일삼고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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