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구청장·군수 가족인데…” 부산서 거액 사기 잇따라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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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원대 곗돈 빼돌린 혐의
전 기장군수 누나, 경찰 수사 중
전 구청장 딸, 150억대 투자 사기
“신분만 믿고 돈 맡겨선 안 돼”

부산 기장경찰서 청사 건물 전경 부산 기장경찰서 청사 건물 전경

부산에서 지자체장 출신 가족의 이름을 앞세워 거액의 사기를 치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거친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마다 수십 명의 피해자가 나오고, 피해 금액도 많게는 100억 원을 훌쩍 넘긴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지인들을 상대로 수십억 원대 곗돈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60대 여성 A 씨를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A 씨는 기장군 전직 군수의 누나로, 2021년부터 지인들을 상대로 계를 운영하며 40억 원에 달하는 곗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22명이다.

A 씨는 당시 현직에 있던 군수의 누나라는 신분을 앞세워 지인들에게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뢰를 믿고 돈을 맡긴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A 씨가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소환해 조사를 마쳤고, 현재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인 중에 있다”며 “수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선출직 출신인 가족의 신분을 앞세워 사기 범죄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부산에서 구청장을 지낸 아버지 이름을 내세워 150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40대 여성 B 씨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B 씨는 2016년부터 8년간 지인 20명에게 공병 재활용 사업 등에 투자하면 매달 투자금의 2.5~5%를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속여 151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B 씨는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구청장을 역임한 아버지 이름을 내세워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으로 명품을 구입하거나 자녀 유학비 등 개인 생활비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투자금 중 일부를 피해자 일부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등 소위 ‘돌려막기’ 방식으로 변제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며 약 8년간 범행을 이어왔다.

단체장 지위를 앞세운 사기 사건이 반복되면서 단순히 신분만을 믿고 투자에 나서거나 돈을 맡겼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단체장이나 주요 정치인이라고 해서 투자의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 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민원 처리가 지자체장 직통으로 이뤄지는 등 단체장 권한이 큰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지자체장과 민주주의 신뢰를 뒤흔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 이후 지자체장들은 어떤 행동을 해도 묵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이 후보와 정당의 공천과정을 믿고 선택을 한 만큼 정당들은 공천 과정 뿐 아니라 당선 이후에도 당선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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