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고층 건물서 반복되는 베이스 점핑… 대책은 주먹구구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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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2명 모두 미국 국적 확인
엘시티 보안 사각지대 통해 이동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99층 전망대에 위치한 약 3m 높이의 강화유리 외벽 기둥. 해운대경찰서 제공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99층 전망대에 위치한 약 3m 높이의 강화유리 외벽 기둥. 해운대경찰서 제공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99층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린 ‘베이스 점핑’(건물이나 절벽 등 높은 곳에서 낙하산으로 강하하는 스포츠) 행위를 두고 관계기관이 예방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탁상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해운대구에서 유사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4일 해운대경찰서에서 해운대구청과 해운대소방서 주무부서 관계자들과 함께 해운대 초고층 빌딩 낙하 사건과 관련해 안전 관리상 문제점을 분석하고 유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이들은 해운대구 관내 8개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해당 빌딩들에 외부인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오전 7시께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건물 99층 전망대에서 “외국인 2명이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오전 7시쯤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건물에 베이스 점핑을 하기 위해 몰래 들어가 99층 전망대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남성 2명 모두 미국 국적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점핑 직후 곧장 출국했다. 경찰은 이들을 국내로 송환해 조사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놓았다.

부산 초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베이스 점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러시아인 2명이 해운대구 한 호텔 옥상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이들에게는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 명령이 내려졌다.

반복되는 유사 범죄에 경각심이 높아지지만 정작 대책은 이미 관리되고 있는 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간담회에서는 엘리베이터 보안 강화, 외부인 출입 통제 강화 등을 중심으로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베이스 점핑을 한 미국 국적 남성 2명은 엘시티 건물의 보안 사각지대를 통해 화물용 승강기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수준을 높인다 해도 불가피하게 보안이 뚫린 사각지대에서는 유사 행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구청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현행법에 이번 사건 행위에 대한 처분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소방 진입을 고려하면 옥상을 막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주거침입이다 보니 입구에서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라 보고, 관계기관과 함께 출입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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