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주춤했던 취객 난동 신고 다시 증가
서면지구대 하루 평균 80건 접수
2021년 78만 건서 작년 95만 건
공무집행 방해·치안 공백 우려도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일보DB
지난해 7월 25일 오전 1시 17분 부산 동구의 한 지구대에 술에 취한 60대 남성 A 씨가 방문했다. A 씨는 “돈이 없어 경찰차로 집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 B 씨가 거절하며 지구대 밖으로 내보내자 A 씨는 출입문 앞에서 “오줌 좀 누자”고 소리쳤다. 이어 맥주병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지구대 바닥에 던지며 “폭탄이다, 폭탄 터졌다” “몇 살이고, 내 봉지 챙겨도”라며 소란을 피웠다. A 씨는 또 “이름이 뭐냐, 때려봐”라며 제지하는 경찰관을 들이받아 폭행했다.
부산지법 형사 6단독 사경화 판사는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사 판사는 “A 씨는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경찰관을 상대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경찰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직장인 회식이나 모임 등이 증가하면서 취객 난동 신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선 지구대나 취안센터 등에서 취객들에 대응해야 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부산에서도 취객들의 폭행이나 욕설 등 공무집행 방해 사건이 잇따른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주취자로 인한 출동 건수는 2020년 88만 6518건, 2021년 78만 1642건, 2022년 96만 4125건, 지난해 95만 8602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주취자 관련 출동은 잠깐 주춤했지만, 엔데믹과 함께 관련 신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부산에서도 2022년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출동한 건수가 24만 2438건이다. 이는 가장 많은 출동 이유인 범죄 신고(24만 8241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경찰은 주취자 신고로 골머리를 앓는다. 취객이 인사불성이 된 경우가 많아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자칫 다른 긴급한 사건 발생 때 치안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부산에서 주취자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서면지구대 관계자는 “평일에도 평균 신고 건수가 80여 건 정도로, 인력이 부족해 인근 지구대 지원을 받는 실정이다”며 “주취자는 주거지 확인 등이 어려워 인계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실제 난동을 부린 주취자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되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쳐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9월 15일 새벽에는 부산 동구 한 노상에서 가게 손님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만취한 50대 여성 B 씨는 욕을 하면서 소지하고 있던 길이 60cm 우산을 들어 출동한 경찰관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손톱으로 양쪽 팔뚝을 할퀴며 폭행했다. 부산지법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B 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국가의 법질서 기능을 저해하는 범죄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벌금형 1회 외에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서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