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아닌 ‘통신매체’ 분류된 유튜브, 가짜뉴스 활개쳐도 속수무책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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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적용
해외서 영상 올리면 추적도 못 해
허위 정보 수익 제한 등 조치 시급

축구선수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망에서 방출될 예정이라는 유튜브 콘텐츠 섬네일. 가짜 정보를 다룬 콘텐츠들은 자극적인 내용의 섬네일로 콘텐츠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축구선수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망에서 방출될 예정이라는 유튜브 콘텐츠 섬네일. 가짜 정보를 다룬 콘텐츠들은 자극적인 내용의 섬네일로 콘텐츠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축구선수 이강인, 파리 생제르망에서 방출 예정’(사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의 결혼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쫓겨나’ ‘배우 김영옥 별세’ ‘송가인 임신, 충격’…. 유튜브발 가짜뉴스가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재나 방안은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봤다. 함께 조사한 미국 등 46개국 평균 30%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문제는 유튜브발 거짓 정보를 발견해도 한국에선 이를 제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지만, 방송 콘텐츠와 달리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 콘텐츠의 경우 방송 형태와 내용 등을 모두 규제받지만,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으면 콘텐츠 속 불법 정보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제재가 가해진다. 정보통신망법에 명기된 ‘콘텐츠 속 불법 정보’란 마약이나 청소년 유해물, 선정적인 콘텐츠 등이다. 가짜뉴스는 빠져있다. 결국 가짜뉴스 피해자가 명예훼손 등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방심위의 제재는 법률상 불법 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용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홍보팀장은 “유튜브는 통신매체기 때문에 절차와 기준이 방송 콘텐츠와 달리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정보 내용이 (정보통신망법 상) 불법성을 가질 때만 유튜브에 시정 요구를 하거나 콘텐츠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을 위반한 마약, 청소년 유해물, 음란물 같은 경우에 시정 권고나 시정 명령을 내린다”고 했다.

가짜뉴스로 피해자가 발생해도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사례는 드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작성자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이 필요하지만, 실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고소·고발 자체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다. 또한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해외에서 올린 것처럼 위장한 콘텐츠는 피고소인 특정이 쉽지 않고, 즉각적인 수사가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용익 변호사는 “가짜뉴스도 형법 310조 명예훼손죄와 314조 업무방해죄 등의 적용을 받지만, 그 인정 범위가 모호하다”며 “또 가짜뉴스 콘텐츠를 올린 사람의 신원이 안 밝혀져 있거나 명확하지 않을 땐 수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규제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유포되는 콘텐츠를 방지하기 위해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10건가량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고의적인 거짓 정보 유포 경우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게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나 ‘가짜뉴스 상시 모니터링 의무 규정 신설’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범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튜브 콘텐츠에 담긴 내용이 가짜 정보임이 밝혀졌을 때 수익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 분석 인공지능 기업 파일러에 따르면 최근 이강인 관련 가짜뉴스가 지난달 14~27일까지 총 361개에 달했고, 이들 영상 조회 수는 무려 6940만 8099회였다. 파일러는 이들 영상의 2주간 수익이 약 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는 “특정 콘텐츠가 허위 정보로 수익금을 얻은 게 사후에라도 판명 나면 그 수익을 회수하거나 지급되지 않은 수익은 지급하지 않는 등 현실성 있는 제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엔 비영리단체나 민간에서 나서 가짜뉴스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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