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작은 해파리가 영생불멸하는 까닭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니클라스 브렌보르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표지.
작은보호탑해파리라는 작은 해파리가 있다. 이 녀석은 적대적인 환경이 조성되면 미성체 상태로 돌아간다. 쉽게 말해 나비가 다시 애벌레가 되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무한정 반복하는 게 가능하다니 말 그대로 영생불멸이다. 원시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는 굶주리면 자신을 먹고, 상황이 좋아지면 장기들을 복구해 새 삶을 이어간다. 절반으로 토막 내면 두 마리가 되어 곱빼기의 삶을 살아간다. 이런 동물들이 가진 영생의 비결을 알아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로초의 꿈은 진행형이다. 20세기 초 세르주 보로노프 박사는 고환이 최고의 회춘제라며 원숭이 고환 조각을 사람에게 시술했다. 그는 떼돈을 벌었고 폭발적인 수요에 맞추려고 원숭이 농장까지 만들었다.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화 연구의 최신 동향과 성과를 전하며 수명 연장을 다방면으로 탐구한다. 노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왜 늙는지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지만 노화의 근본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전의 영향은 20~3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후천적 노력과 과학으로 수명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확실히 소식(小食)은 효과가 있다. 열량 제한 조치를 한 설치류는 20~40% 더 오래 산다. 하지만 비슷한 식이요법을 시도한 인간들은 기운이 빠지고, 피로하며, 체온이 떨어졌다. 간헐적 단식과 수혈의 효과, 단식의 원리 등 장수에 관해 유용한 조언을 담았다. 이 책은 ‘노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향해 경쾌하게 안내한다. 노화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배동근 옮김/북트리거/344쪽/1만 85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