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수고했다! 3001함
2010년 3월 1일. 부산 태종대 동방 8.6마일 해상.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바다에는 초속 12미터 이상의 강풍이 불고 3~4m의 집채만 한 파도가 치고 있었다. 승객 205명과 선원 7명을 태운 부산~후쿠오카 쾌속선 코비호가 날개 핀이 파도와 부딪혀 부서지면서 표류했다. 삼킬 듯 덤벼드는 파도에 코비호는 마구 흔들렸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멀미와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부산해양경찰서 소속 3001함은 구조요청을 받고 풍파를 뚫고 2시간 뒤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투색총으로 밧줄을 코비호에 던졌지만 계속 실패했다. 가까워지면 배끼리 충돌해 자칫 침몰하고, 멀면 밧줄로 배를 묶을 수 없어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수십 차례 사투 끝에 선박 결박에 성공했다. 그 이후 8시간 동안 예인해 새벽 4시 승선원 212명 전원이 무사히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996년 8월. 중국인 선원들의 선상반란으로 한국인 선원을 포함해 11명이 살해된 페스카마15호가 일본 영해에서 좌초됐다. 당시 한국 해경이 보유한 최신형 함정인 3001함이 급파돼 28일 일본 도리시마 북서쪽 63마일 해상에서 일본해상보안청으로부터 선박과 피의자들을 넘겨받았다. 이어 시모노세키 간몬해협을 통해 예인해 부산해경 감만부두에 정박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4년 3000t급 첫 번째 경비구난함으로 취역해 대한민국 굵직한 해난사고 현장에서 바다와 국민을 지켜온 3001함이 7일 퇴역했다. 3001함은 부산 앞바다를 포함해 부산시 면적 약 12배 규모인 남해 해역 9243㎢를 경비했다. 선박을 예인할 수 있는 예인기와 200t급 이하의 침몰선을 인양할 수 있는 구난장비를 구비하고 있고, 인명구조용 헬기 1대도 탑재할 수 있다.
3001함은 부산 다대포 해경정비창에서 6개월 동안 수리한 뒤 자력 항해해 올해 말 남미 에콰도르에 무상으로 넘겨진다. 2020년 에콰도르와 체결한 해양안전협력의 후속 조치다. 증가하는 남미발 마약 사건 수사의 국제 공조를 다지기 위한 차원이다. 스페인어로 ‘적도’라는 뜻의 에콰도르는 6·25 전쟁 때 한국에 쌀과 물자를 지원한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30년간 바다에 기대어 사는 갯가 사람들을 묵묵히 보호해 줬던 3001함. 적도의 바다, 갈라파고스의 바다에서도 건승을 빈다. 어디서라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부산의 마음 변하지 말기를….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