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준비” 제 갈 길 가는 정부·의료계… 갈 길 못 찾는 환자
정부, 의료 대란 장기화 대비
건보 재정 투입·PA 간호사 합법화
부산대 교수회장 증원 문제 제기
전국 의대 교수 잇단 사직서 제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전북대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위쪽). 지난 5일 전공의 공백이 계속되는 국면에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을 한 의사가 지나가는 모습. 보건복지부 제공·연합뉴스
정부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따른 갈등이 장기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8일부터 PA(진료지원) 간호사가 응급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PA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 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에 쓰일 예비비 1285억 원 지출을 의결한 데 이어 건강보험 재정 1882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의료 대란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의료 대란 장기화 대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집단행동 장기화에도 비상진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월 1882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고 7일 밝혔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1285억 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서다.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일단 1개월에 한해 한시적으로 1800억 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고 건보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충분히 추가 재정 투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비비와 추가 투입하는 건보 재정은 대부분 비상진료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에 쓰인다.
정부는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이 단기간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건보 재정까지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6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1만 2225명) 근무 현황을 확인해 보니, 계약 포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의 91.8%인 1만 1219명에 달했다.
복지부는 이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추가로 발표했다. 그동안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었던 PA 간호사 업무를 명확히 하고 이들의 시술 범위를 과감히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전공의 업무였던 기관 삽관, 수술 부위 봉합이나 봉합 매듭, 수술 보조 등을 간호사가 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 등 간호사 종류별로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는 구분돼 있다.
특히, 모든 간호사가 중환자를 상대로 응급 약물투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복지부의 이 보완 지침은 8일부터 별도 공지 때까지 의료 현장에 적용된다.
■교수마저 이탈 의료 현장 혼란 가속
부산을 비롯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한 목소리를 피력하거나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산대 김정구 교수회장은 지난 5일 교내 한 게시판에 ‘의과대학 증원에 대해 총장님께 여쭙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질의를 올렸다. 교수회는 앞서 대학이 정확한 증원 신청 규모와 그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해당 글에서 “‘증원을 할 수 있고, 하면 된다’는 식의 답변은 단호하게 거절한다”며 “대학이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뒤로 하고 살아남기에 급급해 학생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식의 행정은 가장 빠른 공멸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교수회 이의 제기를 시작으로 부산 지역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대가 있는 부산 한 사립대 관계자는 “아직 부산 소재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없지만, 의사단체가 전국적으로 연동해 행동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충북대병원 교수 160여 명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비대위에 참석한 정형외과 김석원 교수는 “전공의가 없으면 나도 있을 필요가 없다. 이달 말까지 열심히 현장을 지키겠지만 (변화가 없으면)이후에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6일에는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이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전원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경상국립대 의대도 보직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직원을, 무보직 교수 2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영남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수련의, 전공의, 의대생 피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