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지름길 두고 20분 둘러가라고? 거제용산초등 통학로 산 넘어 산
학교 옆 더샵디클리브 단지
등하교 시 외부인 출입금지
힐스테이트거제 학생 95명
단지 우회 원거리 통학해야
교육청 “방법이 없다” 손 놔
지난 4일 개교한 거제용산초등학교 통학로를 놓고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와 맞닿은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등학교 시 입주민 자녀를 제외한 외부인 학생 출입을 막으면서 뒤편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가까운 지름길을 두고 먼 길을 둘러 학교로 향하고 있다. 사진 왼쪽이 용산초등, 오른쪽이 더샾디클리브 단지다. 김민진 기자
멀고 위험한 통학로와 공기 지연으로 반쪽으로 출발한 경남 거제용산초등학교(부산일보 2023년 12월 5일 자 11면 보도)가 이번엔 아파트 단지 통행 문제로 시끌하다. 학교와 맞닿은 신축 아파트 측이 입주민 외 단지 출입을 막으면서 상당수 학생이 5분이면 닿을 지름길을 두고 20분 가까이 걸리는 먼 길을 돌아가야 할 판이다. 교육청도 중재나 대안 마련에 손을 놓으면서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만 발을 구르고 있다.
10일 용산초등과 힐스테이트거제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최근 더샵거제디클리브 측이 등학교 시 입주민 자녀를 제외한 학생들의 단지 출입을 금지했다. 엄연한 사유지로 불특정 다수의 어린이가 오갈 때 안전 문제는 물론 쓰레기 투척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지난 4일 개교한 용산초등은 지역 최대 주거단지로 급성장한 상문동 내 초등학교 과대·과밀 해소를 위한 신설 학교다. 디클리브(1288세대), 힐스테이트(1041세대), 더샵블루시티(988세대), 대동다숲(1754세대) 등 인접한 4개 단지 입주민 자녀가 주 입학대상이다.
그런데 학교와 가까운 디클리브, 대동다숲과 달리 힐스테이트, 블루시티는 멀고 위험한 통학 환경 탓에 기피 대상이 돼 버렸다. 그나마 블루시티는 중간 완충녹지에 산책로를 조성해 근거리 통학로를 확보했지만 힐스테이트는 디클리브 출입 통제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용산초등 전교생 330명 중 힐스테이트에 사는 학생은 95명. 힐스테이트와 학교 사이에 디클리브가 낀 형태라 디클리브가 막히면 학생들은 단지 외곽을 둘러 가야 한다. 디클리브를 가로지를 때 470m 불과한 통학 거리는 우회 시 1.2km로 늘어난다. 걸어서 5분이면 닿는 학교를 코앞에 두고 15분가량 둘러 가야 하는 셈이다. 한 학부모는 “어른이 그 정도지, 아이 걸음으론 20분 이상 걸린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지만, 한여름이나 한겨울이 되면 저학년들은 걸어다니기 힘들 듯 하다”고 하소연했다.
힐스테이트 입주대표회의가 디클리브 측에 통학로 협조를 요청했으나 진척이 없다. 디클리브가 신축 아파트라 아직 대표기구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봤지만 마찬가지. 추인호 입주자대표회장은 “당장 협의할 주체가 없는 점이 너무 아쉽다”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도 공문을 통해 “힐스테이트 등굣길은 학생들에게 부담되는 통학 거리인 데다, 상동5길 왕복 4차로, 상동8길 주택부지 그리고 다수의 건널목으로 안전상 큰 위험이 있다”면서 “모든 학생이 안전한 등굣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단지 출입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여전히 확답을 받진 못했다.
힐스테이트거제 재학생의 용산초등학교 등굣길 비교. 학교 옆 다샾디클리브 단지를 가로지를 경우 총거리는 470m(왼쪽)만 걸으면 되지만, 우회하면 1.2km를 돌아가야 한다. 학교 제공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교육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거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유지이고 통학로도 이미 통보한 상태라 민원은 많지만 현재로선 딱히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학교 시설도 미완성 상태다. 주변 임시도로 개통, 레미콘·화물연대 파업, 잦은 강우에 공사도 지연되면서 운동장과 조경 등 일부 공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탓이다.
교육청은 “교육활동 공간, 급식소, 돌봄·방과후교실 등 내부 공간은 학생 맞이 준비가 완료됐다”면서 “아이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학생 보행통로와 공사 차량 진입로를 철저히 분리하고 공사 구역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도 마련해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