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부모도 괴로운 아토피 피부염, 치료 길 점점 넓어진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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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 최신 치료법]
9세 이하 영유아, 전체 환자 28%
알레르기 면역 반응인 염증이 원인
보습제 꾸준히 써서 피부 장벽 강화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 대체로 안전
주사제 듀필루맙, 효과 좋지만 비싸
2형 면역 약물 개발 중·출시 예정도

부산성모병원 황윤하 소아전문진료센터장이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성모병원 제공 부산성모병원 황윤하 소아전문진료센터장이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성모병원 제공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영유아기에 시작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아토피 피부염 전체 진료인원 97만 1116명 중 9세 이하가 28.0%(27만 1613명)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2살 미만 아이들이 많아 양육자의 괴로움도 크다.

부산성모병원 소아전문진료센터 황윤하 센터장은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 목표는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약물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다"면서 "과거에는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부 장벽 기능이 손상되면

피부는 감염이나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내부의 수분을 지키는 장벽 역할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이 피부 장벽에 유전적 또는 후천적으로 손상이 있는 상태다. 손상은 화학적 손상과 물리적 손상으로 나뉜다. 알레르기 면역 반응인 염증으로 화학적 손상이, 긁는 행위를 통해 물리적 손상이 일어난다. 약해진 장벽으로 농가진, 물사마귀, 포진상 습진 같은 다양한 피부 감염도 나타난다.

염증은 우리 몸이 외부의 다양한 자극과 유해물질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으키는 면역 반응의 하나다. 유형별로 1형 염증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2형 염증은 기생충,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에 대한 면역 반응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대표적인 2형 염증 관련 질환으로, 약물 치료는 대부분 2형 염증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는 다양한 식품이 있다. 황윤하 센터장은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각종 외부 물질이 피부로 쉽게 침투해 식품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이 가설을 '경피감작(어떤 물질이 피부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몸이 그에 대응하는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 많은 땅콩 알레르기는 먼지 속 땅콩 가루가 피부로 침투해 땅콩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극적인 세제, 계면활성제도 피부 장벽을 약하게 만든다. 집먼지진드기도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다. 집먼지진드기는 단백 분해 효소라는 물질을 만드는데, 이 효소가 피부 장벽을 파괴한다.

피부 장벽을 강화하려면 먼저 매일 씻고 충분히 보습제를 사용해 깨끗하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해야 한다. 보습제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부드럽게 해 장벽을 튼튼하게 만든다. 본인에게 잘 맞는 성분의 제품을 꾸준하게 사용하면 된다.


■새로운 면역 약물 개발 중

아토피 피부염 치료 약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르는 약물로, 스테로이드 연고와 면역 조절 연고가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고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황윤하 센터장은 "주사나 먹는 스테로이드와 달리 스테로이드 연고는 전신 흡수를 줄여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다"면서 "오히려 너무 얇게 발라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으니 적절한 강도와 횟수를 전문의와 상의한다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 조절 연고에는 타크로리무스와 피메크로리무스가 있다. 예민한 부위인 얼굴이나 눈 주위, 생식기에 바르기 적합하다. 처음 바르면 후끈거릴 수 있지만 차차 좋아진다. 또 다른 바르는 약물로 최근 나온 유크리사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델고시티닙은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바르는 약으로 조절이 안 될 때는 먹는 약물로 사이클로스포린과 JAK 억제제(바리시티닙, 유파다시티닙, 아브로시티닙)를 고려한다.

사이클로스포린은 먹는 면역 조절제로, 간혹 신장에 무리를 줘서 고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다. JAK(야누스키나제) 억제제는 면역과 염증을 조절하는 단백질에 명령을 내리는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두 얼굴의 야누스처럼 알레르기 면역을 빠르게 호전시키지만, 감염에 대한 면역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사용 전에 감염에 대한 검사, 치료 중간에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증을 완화하고 예민한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2형 염증을 억제하는 주사제 듀필루맙도 많이 쓰인다. 생후 6개월 이상이면 맞을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보험 기준이 까다롭다. 보통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익숙해지면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도 있다. 효과가 뛰어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가려움에 특화된 네몰리주맙, 또 다른 2형 면역 약물인 트랄로키누맙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부산성모병원 소아진료센터 황윤하 센터장은 "아토피 피부염은 좋아질 수 있는 질환이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새로운 2형 면역 약물도 개발되고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한다면 치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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