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주인님" 일본식 '메이드 카페' 부산 상륙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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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어 부산 서면에 등장
이색 놀이 문화 호기심 자극
“성 상품화 선정적 공간” 비난도

지난달 부산 서면에 문을 연 메이드 카페의 입구(위)와 내부 모습. 이우영 기자 지난달 부산 서면에 문을 연 메이드 카페의 입구(위)와 내부 모습. 이우영 기자

“주인님 귀가하십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A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하녀 옷을 입은 직원들이 반기며 소리쳤다. 손님들과 대화하던 직원들도 새 ‘주인’에게 잠시 시선을 집중했다.

하얀 레이스가 달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직원이 빈 테이블로 안내했다. 반말을 하기 시작한 그는 자신이 ‘메이드(하녀)’고, 손님은 ‘주인’인 공간의 세계관에 대해 설명했다. 주문을 하려면 작은 종을 흔든 뒤 ‘냥냥’을 외쳐 달라 당부했다.

메이드가 나눠준 토끼 귀 모양 머리띠를 낀 채 음료를 주문했다. 커피와 파르페를 가져온 메이드는 주문을 외치는 게 규칙이라 했다. 빨대에 입을 대기 전 양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일본어로 ‘오이시쿠나레(맛있어져라), 모에모에큥(얍!)’을 외쳐야 했다.

일본에서 건너온 ‘메이드 카페’가 부산 중심인 서면에 상륙했다. 서울에 이어 지난달 16일 부산에 유일하게 문을 열었다. 주류에서 벗어난 ‘서브컬처’(하위문화)를 표방해 ‘집사 카페’처럼 이색 체험을 하려는 손님이 몰리고 있다. 한 메이드는 “호기심에 한 번만 오기도 하지만, 꾸준히 찾는 손님도 꽤 있다”고 했다.

손님들은 새로운 놀이 문화로 여기는 듯했다. 지난 11일에도 분홍빛 조명 아래 테이블에는 남녀 손님이 2~4명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20대 남성 4명은 평소처럼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갔고, 한 남성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메이드복 입기 체험을 했다. 오므라이스를 먹던 20대 여성은 이러한 풍경이 낯선 듯 미소를 띤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메이드 카페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선도 존재한다. ‘메이드 개인 정보를 묻지 않고, 의류나 몸을 건드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규칙이 있어도 젊은 여성을 상품화한 선정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A 카페는 입구 외벽에 그린 하녀 캐릭터와 ‘주인님 어서 오세요’라는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진구청에는 벽화와 문구라도 지워 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청소년이 많이 다니는 길에 보기 안 좋고 불쾌하다’며 ‘유사 성매매 업소처럼 느껴지는데 아이들이 저게 뭐냐고 물어 봐 식겁한 적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진구청 측은 “벽면 광고물이 5㎡ 이하라 법적인 단속은 어려워도 눈여겨보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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