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체화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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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마음의 섬들'

임현정의 ‘마음의 섬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임현정의 ‘마음의 섬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임현정 작가의 ‘마음의 섬들’ 시리즈는 고향인 부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현재 미국 시애틀에서 거주하고 있는 작가는 부산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상상, 꿈, 신화적 요소를 내면의 풍경으로 묘사한다. 반복되는 섬의 형태는 ‘마음의 섬들’ 시리즈로 발전하게 되어 현재까지 작업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작품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원초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제시한다. 일상생활이나 여행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들을 파노라마로 펼쳐낸 연작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섬 들을 여행하듯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차근히 각자의 경험과 상상을 이미지에 대입해 보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소장품인 ‘마음의 섬’들을 비롯해 ‘바닷가의 인물들’도 선보인다. 2014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고향인 부산에서 바라보던 평범했던 일상의 바다가 이제는 다른 차원의 감정과 의미가 생기게 된 점에 착안하였다. 바닷가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우화적으로 표현하여 군도(群島)로 구성했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이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로 잘 알려진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 중 바다를 바라보는 인물을 참조하였다고 한다. 주로 유채와 아크릴로 그려진 이 전의 작품과 달리 ‘바닷가의 인물들’은 어두운 푸른색 계열의 아크릴물감이 발려진 바탕 위에 형광이 도는 붉은 파스텔로 드로잉하여 그려진 점이 특징적이다.

이른 봄부터 열린 본 전시는 7월 7일까지 이어지며 부산현대미술관 2층에서 임현정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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