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뛰고픈 주민들 모였다… ‘골때녀’ 꿈꾸는 그녀들의 도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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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여성축구교실 3월 시작
주민 36명 지원, 11월까지 이어져
“경기 뛰도록 연습 열심히 하겠다”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 축구장에서 ‘여성축구교실’ 수업을 듣는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 축구장에서 ‘여성축구교실’ 수업을 듣는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잔디 위에서 찬찬히 몸을 풀었다. 저마다 패스를 하며 축구공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공이 익숙한 듯 능숙하게 발을 디디는 여성도 있었다.

지난 14일 오후 7시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 축구장. 부산진구체육회가 주관하는 ‘여성축구교실’ 두 번째 수업이 열렸다. 해가 지면서 다소 쌀쌀해졌지만, 경기장 위에 모인 여성들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미소를 띤 채 달리기를 하며 몸을 풀었다. 축구장 중심에 원을 그린 뒤 코치 지시에 따라 공에 발을 가져대기도 했다. 발 안쪽 면을 이용한 ‘인사이드 패스’ 연습도 시작했다. 축구공과 친근해지면서 기본기부터 제대로 다지려는 모습이었다.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청은 지난달 경기장을 누비길 원하는 여성들을 모집했다. 20대 이상 부산진구 주민이면 지원이 가능했다. SBS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인기가 높아져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장을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전국 여러 기초지자체가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여성들이 축구를 즐길 환경을 만드는 추세다.

축구장에 모인 ‘골때녀’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축구교실에 지원한 여성은 36명, 평균 나이는 34세. 체육교사, 구청 직원, 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인제대 축구부 추성호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고, 그의 동료와 부산진구체육회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열린 ‘여성축구교실’에 참여한 여성들. 부산진구청 제공

마음으로 꿈꾸던 축구를 하게 된 이들은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열심히 연습해 경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크다. 최민희(32) 씨는 “올해 연습에 빠지지 않는 게 목표이며 어제도 동네 근처에서 홀로 연습을 했다”며 “몸이 잘 안 따라주는 듯하지만,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이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전은진(51) 씨는 “‘골때녀’를 본 뒤 축구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처음 해보는 분들도 많은 듯하다”며 “꾸준히 연습해서 남자 초등학생 팀부터라도 경기를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기장에 모인 여성들은 축구교실을 인연으로 남자들처럼 동호회나 클럽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우선 이들은 올해 11월까지 목요일 저녁마다 모여 축구를 배우고 즐기기로 했다. 언젠가 팀을 만들고, 당당히 경기에 나설 미래를 그리며 땀을 흘릴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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