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도권 민심 환기 제물된 ‘부산 수영’…지역 여권 위기론 대두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종섭 파장 등 위기감 고조되자
장예찬 공천 박탈 후 재활용 공천
가덕신공항 반대론 펼친 전력 등
지역 정서 외면한 인사 전면 기용
민주 지지 상승세 부산 여권 진땀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수영 공천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민심 환기를 위한 제물로 이용된 것이라는 반발이 계속되는 데다 ‘윤-한’(윤석열-한동훈) 2차 갈등, 후보 과거 글 논란, 레이스 후반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집결 등 악재가 계속돼 부산 여권에선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선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수영 정연욱 후보 우선공천에 대해 쉬쉬하면서도 긴장감이 맴돈다. 19일 한 후보는 “후보들 모두 자신의 선거를 치르고 있는 데다 총선이 임박한 까닭에 공관위 결정을 두고 가타부타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확실한 건 훈풍에 찬 물을 끼얹은 공천”이라고 직격했다. 또 다른 후보도 “최근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정권심판론에 힘이 실리는데 당이 지역 비하 논란을 왜 자초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영에서의 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와 정 후보 발탁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은폐 의혹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며 수도권 판세가 급격히 기운 것과 맞물려 있다. 지역에서는 수영 공천 뒤집기는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여론 환기 목적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러나 연고 없는 정 후보의 공천에 대해 지역 여권에선 “지역을 무시한 재활용 공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부산 전체 판세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또한 최근 이른바 ‘윤(윤석열)-한(한동훈)’ 2차 충돌이 펼쳐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장예찬 공천 박탈’로 당정 갈등이 재현되면서 ‘선거 코앞 적전 분열은 패배’라는 공식이 적용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부산 수영 공천이 철회된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공관위 결정에 불복, 무소속 출마한 것도 ‘한동훈표 공천’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장 전 최고위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대통령실과 소통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구절절 말씀드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전 교감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여기다 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정 후보가 과거 칼럼에서 부산 대개조의 핵심인 가덕신공항에 대해 중앙집권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 지역 민심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그는 2020년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이라는 글을 통해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보완 쪽으로 의견을 모았는데도 여권은 이를 뒤집고 가덕신공항 추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러니 지역마다 공항 특별법을 만들자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백년대계가 눈앞의 선거 표심에 휘둘리는데도 정작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정 후보의 논리는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등으로 부산을 대한민국 경제 두 개의 축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정면 배치된다.

특히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야권 지지층이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20일간 반전 자체를 노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얼미터 3월 2주 차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평가 44.7%, 부정 평가 51.0%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50.9%)가 부정 평가(45.6%)를 앞서던 한 달 전(2월 2주 차 조사)과 상황이 정반대인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수영 헛발 공천으로 지역 민심이 요동치자 민주당은 보다 본격적으로 표심 공략에 나선다. 이미 민주당은 부산을 비롯한 경남, 울산 등을 핵심 전략지로 지정한 상태이며 20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통해 역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얼미터 3월 2주 차 조사는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P)다. 2월 2주 차 조사도 같은 기관 의뢰, 같은 방식으로 지난달 5~8일 전국 18세 이상 2011명에게 물었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