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황상무·비례 갈등… 총선 코앞 당정 '먹구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동훈 "이 대사 즉각 귀국해야"
대통령실 "매우 부적절" 선 그어
지도부 "황 수석 자진 사퇴" 요구
윤 대통령 의중은 유임으로 가닥
비례 후보 호남·당직자 배제 충돌
윤·한 2차 갈등 조짐에 봉합 촉구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해임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해임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3주가량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에 진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종섭 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둘러싼 논란의 해법을 두고 공개적으로 이견이 표출된 데 이어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도 친윤(친윤석열)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당정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양 측은 먼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 대사에 대한 조치를 놓고 온도 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일부 수도권 출마자들은 이 대사의 ‘즉각적인 귀국’을 통해 여론의 비판 수위를 낮추자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19일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말씀드렸다”며 “국민들께서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기 때문에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 수석의 거취를 놓고는 더욱 입장이 엇갈린다. 한 위원장과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자진 사퇴’를 공개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다. 당초 대통령실 참모진 중 일부가 황 수석의 교체를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의 의중이 황 수석 유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내부에서는 여당이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공개 압박’하는 방식이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불만도 나왔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등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등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여당에서는 수도권 위기론 속에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수도권 출마자로서 여론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공천으로도 당정 간 갈등이 번지고 있다. 대표적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은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호남·당직자가 배제됐다고 지적하며 “바로잡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이 발탁한 인사들이 당선권에 대거 배치된 반면 윤 대통령과 가까운 호남 출신의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이 후순위로 밀린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제 친분 가지고 들어간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이 지난 1월 이후 잠복해 있다가 총선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대응을 놓고 맞섰다. 이후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며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이번에 다시 표출됐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당정 갈등이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대통령실의 입장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재까지 용산의 분위기는 완고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격전지 상황이 계속 여당에 불리할 경우 더욱 강도 높은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도 높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