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응원단과 치어리더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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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응원단에 합류한 인기 치어리더 박기량. 베어스TV 캡처 두산 응원단에 합류한 인기 치어리더 박기량. 베어스TV 캡처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일정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단이 방한 중인 가운데,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마이크 실트 감독이 전한 한국의 야구장 응원 문화에 대한 첫 인상이 국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연습경기를 마친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치어리더들이 경기 내내 열심히 응원하더라.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에너지가 넘쳤다”면서 “한국의 응원 문화가 경기를 방해하진 않았고, 치어리더들이 주도하는 응원은 MLB에 없는 문화라 신선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두번째 연습경기를 준비 중이던 파드리스의 실트 감독도 “더그아웃 뒤에서 다저스의 경기를 살짝 봤는데 큰 에너지를 느꼈다”라며 “실내까지 응원 열기가 느껴지더라”라고 전했다. 양 팀 감독뿐만이 아니라 서울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된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우 역시 경기장에서 처음 접한 한국 응원단의 떠들썩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그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응원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이닝이 바뀔 때마다 틀어주는 노래, 음향이 멋졌다”라며 “MLB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7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를 보러온 야구팬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 시범경기 1만3766석 모두 판매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7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를 보러온 야구팬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 시범경기 1만3766석 모두 판매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의 야구장 응원은 예전부터 미국 현지 매체들도 ‘팬 친화적’이라며 주목해 왔던 독특한 문화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에는 KBO리그의 미국 중계 소식에 더해 과거 한국 야구 무대를 직접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에 있을 때보다 즐겁게 야구한 적이 없다”는 인터뷰도 소개됐다. 심지어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서 “한국에선 치어리더들도 많은 인기가 있다”라며 한국 야구장의 응원 모습과 함께 “대표적인 이는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박기량”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박기량은 올해 1월부터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반열에 오른 유명인을 칭하는 ‘보스(Boss)’ 역할로 출연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거쳐간 다양한 보스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배구·농구) 현장과 방송가를 넘나들며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대중에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한 그의 업계 위상이 어떤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침 올해 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해진 박기량의 두산 베어스 응원단 이적 소식에 야구팬들은 김태형 롯데 감독 영입에 따르는 ‘보상 선수’ 아니냐는 농담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K 응원 문화’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치어리더들에게 해외 활동이라는 또 다른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인 치어리더 최초로 대만프로야구(CPBL) 응원단에 진출한 이다혜(라쿠텐 몽키스)는 사실상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며 한 해 동안 광고 시장까지 휩쓸었다. 이에 고무된 현지 구단들이 다른 한국인 치어리더들에게도 활동을 제안하면서 안지현(타이강 호크스), 이호정(푸본 브레이브스), 이아영(타이완비어 레오파드), 이단비(중신 브라더스) 등의 대만 진출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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