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항제 앞 여전히 움츠린 꽃망울… “축제 중엔 열립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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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진해서 10일간 개최
오락가락 날씨 탓 5%만 개화
일찍 찾은 상춘객들 실망감
26일께 36만 그루 만개 예상

전국 최대규모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개막식을 하루 앞둔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 벚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은 모습. 강대한 기자 kdh@ 전국 최대규모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개막식을 하루 앞둔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 벚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은 모습. 강대한 기자 kdh@

“보고 싶던 벚꽃은 없고, 가지만 앙상해서 실망입니다.” 2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전국 최대 규모 벚꽃축제인 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에서 만난 정종라(54)·조미란(55) 씨 부부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봉오리만 맺힌 벚나무를 보며 헛웃음을 쳤다.

경화역 일대는 전국적으로도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장소로 해마다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 됐지만 철길과 옛 모습을 보존한 열차, 벚나무 군락이 서로 어우러지며 만개 때는 벚꽃 구경에 나선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축제 전야제를 하루 앞둔 21일에도 경화역 주변으로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45인승 관광버스 등이 도로에 정차하면 승객들이 연이어 타고 내렸다.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관광객들은 곳곳에서 일부 꽃망울을 터트린 벚나무를 배경 삼아 연신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표정이 썩 밝진 않았다. 당초 기대와 달리 대부분 벚나무들이 아직 개화하지 않은 상황이 달갑지 않아 보였다. 한 어린이집 교사들이 “(벚꽃이) 많이 피면 다시 오자”며 아이들 손을 잡아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 씨 부부도 “축제가 시작하면 벚꽃이 만개해 분홍빛으로 물드는 줄 알고 찾아오는데 하루 일찍 왔다고 제대로 벚꽃 구경도 못했다”며 “충북 영동에서 3시간을 달려왔는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창원시가 진해군항제를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열기로 했으나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벚나무 대부분이 개화하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벚꽃이 개화하려면 기온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날씨가 오락가락하면서 아직 개화율이 5% 수준이다. 이번 주말에 비 예보도 있어 관람객 방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창원시에 따르면 올해 62회째를 맞은 진해군항제는 2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3일부터 4월 1일까지 열흘간 진해 전역에서 진행된다. 1952년 4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면서 시작된 추모제가 매년 벚꽃이 피는 4월 초께 개최되면서 지금의 ‘벚꽃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의 경우 벚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예보에 따라 축제일도 변동됐다. 3월 초까지만 해도 진해 지역 벚꽃 개화 시기가 22일로 예상돼, 축제 기간을 지난해보다 이틀 일찍 잡았다. 당시만 해도 이상 기온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개화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겠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개막식을 하루 앞둔 이날, 벚꽃 개화율은 5% 정도에 그친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이다. 지난 1~20일간 창원의 평균 기온은 7.5도로 지난해 9.9도보다 2도 이상 떨어진 데다 같은 기간 일조 시간도 4시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축제가 시작되는 이번 주말에는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나오면서 관람객 발길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키운다. 진해의 36만 그루 벚나무 만개는 오는 26일로 예상되고 있다. 벚꽃을 제대로 즐기려면 축제 중·후반부에 찾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도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에 난감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꽃망울 상태를 보아 곧 꽃을 피울 벚나무가 많다”면서 “주말에 비가 와도 기온은 비교적 높아 꽃이 안 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꽃이 늦게 핀다고 행사를 늦추기엔 부담이 크다”며 “군항제가 벚꽃이 유명하지만, 다른 콘텐츠도 많아 축제를 즐길 요소는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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