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PK 대전’ 이재명·한동훈 ‘사활’ 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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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용찬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용찬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김해 카페거리에서 이 지역 출마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김해 카페거리에서 이 지역 출마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부산·울산·경남(PK)의 선거 지형이 요동치면서 여야가 이 지역 수성·탈환에 사활을 걸었다. 한동훈과 이재명, 거대 양당 대표가 지난 방문 이후 불과 열흘 만에 다시 PK를 찾아 당 소속 후보 긴급 지원에 나설 정도로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4·10 총선에서 ‘PK 대전’은 수도권에 비해 의석수는 훨씬 적게 걸려 있지만, 그 승패의 상징성은 수도권에 버금갈 정도로 여겨진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수도권 위기론 속에 전통적 지지기반인 PK마저 내 줄 경우 그야말로 괴멸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민주당이 취약지인 PK를 향한 ‘서진’에 성공할 경우 여권을 지역적으로 고립시키면서 21대 때보다 강력한 입법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차기’를 노리는 한, 이 두 사람의 대권가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경남 지역을 집중 방문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울산, 경남, 부산을 찾아 당 소속 후보 지원에 나선다. 지난 14, 15일 연이어 이 지역을 방문한 두 사람이 불과 열흘 만에 하루 차이로 다시 PK행을 택한 것이다.

이번 선거전 양 당의 최대 ‘전략 무기’인 두 사람이 황급히 PK를 찾은 배경은 최근 이 지역 표심에 나타나는 심상찮은 흐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18~19일 진행한 <부산일보>·부산MBC 여론조사 결과, 부산 낙동강 벨트 지역구(사하갑·을, 북갑·을, 강서, 사상)중 사하을(국민의힘 우세)과 사하갑(민주당 우세) 지역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모두 오차범위 내 여야 접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4곳(김해 갑·을, 양산 갑·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특히 보수세가 강했던 연제, 부산진갑, 남구 등 원도심 지역에서도 여야가 박빙 양상을 보이거나 야권 후보가 앞서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4년 전보다 야당 바람이 한층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불 붙은 수도권 위기론이 ‘스윙보터’인 PK로 남하한 데다, 이 지역 공천에서도 여야 간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정권 심판’ 정서를 되살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PK는 국정지지율 등에서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수도권 민심에 직결되는 요소는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게다가 수도권을 뒤흔든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 여파는 적었던 반면 국민의힘의 수영 ‘재활용 공천’ 등은 ‘오만한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심화시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거제·창원·김해·양산을 집중적으로 훑었다. 지난 15일 방문 당시 친명(친이재명)계 후보 지역구를 ‘핀셋’ 공략한 데 비해 훨씬 공격적인 행보다. 최근 여론 지표에서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남 창원 경남도당에서 열린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경남의 주력산업은 쇠퇴하고 청년이 계속 빠져나가는데도 집권·여당은 수도권 일부를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만 주장한다”고 비판했고,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도 “민주당 정부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자 제시했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어이없이 좌초돼 기가 막힌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산 양대 축’ 육성의 핵심인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하는 데 대한 지역 내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주도로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를 내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흔들리는 PK 지지율 사수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은 25일 울산을 거친 뒤 경남 양산, 부산 사하 신평역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사하는 지난 14일에도 방문한 곳인데, 민주당 최인호 후보에 열세를 보이는 당 소속 이성권 후보를 집중 지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PK는 절대 질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한 위원장 등 지도부도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면서 “시민들이 많이 화가 났을 시점에 여론조사가 집중되면서 야권의 기세가 오른 것은 사실이나 차분히 실점을 만회해 가면 우리 쪽으로 다시 기세가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여론조사는 〈부산일보〉와 부산MBC의 공동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지난 18~19일 △사하을(응답률 8.3%·응답 503명) △연제(8.4%·503명) △북갑(9.7%·504명) △북을(8.0%·500명) △서동(7.6%·509명) △남(7.6%·509명) △사하갑(8.3%·506명) △사상( 7.6%·501명) △강서(7.0%·503명)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 사용된 피조사자 선정 방법은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휴대전화(무선 100%) 가상번호를 활용해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했다. 가중값 산출과 적용 방법은 올해 2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셀가중을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서동·남 95% 신뢰수준에 ±4.3%)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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