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역 기업과 ESG 경영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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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사회적 책임 등 가치 중시
EU 수출 규제도 확대돼 대응 시급
지역 기업 친환경 기술 개발 시도
활성화 위한 제도·정책 지원 필요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대두되면서 국내 많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ESG 수출 규제가 확대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규제 인식과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란 환경(Envi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를 말한다.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 구조의 실현 등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강조하는 트렌드다. 기후변화 등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투자자와 소비자들도 기업을 평가할 때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부산 지역 기업들이 점점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ESG 경영 도입에는 소극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부산지역 기업 2023년 ESG 등급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산 상장 법인 39곳이 조사 대상이었는데, 이 중 74.4%가 C등급 이하의 취약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ESG 등급 상승기업이 39곳 중 15곳에 달해 전년보다 크게 늘어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취재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이 ESG 경영을 활발하게 펼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기업은 물티슈 제조 전문기업 (주)유승인네이처(부산 기장군 정관읍)이다. 이 회사 차승종 대표는 ESG 경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친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ESG경영을 도입하고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차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2019년 창업 이후부터 플라스틱 원단을 대체하는 친환경 종이 물티슈 개발에 집중했다고 한다. 종이 물티슈가 생분해성이 높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최한 ‘2023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은 자본·기술을 가진 대기업과 가능성을 지닌 스타트업 간 협업수요를 발굴·연결하고 정부의 후속 연계 지원을 통해 기업 간 개방형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한 상생협력 사업이다. 유승인네이처는 이 사업에서 ESG 환경분야 종이 물티슈 개발 과제에 참여했다. 파트너가 된 국내 펄프 제지 전문기업인 무림 P&P와 협업을 통해 100% 천연펄프로 만든 물티슈를 세상에 내놓았다. 차 대표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집념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친환경 물티슈 업계 선두 주자로서 고객과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차 대표의 각오가 깊은 울림을 줬다.

국내 최고 수준의 가스 전문 기업인 MS가스그룹(부산 사상구 학장동)도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었다. MS가스그룹은 일반 산업용 가스를 비롯해 특수 가스와 LPG 등 가스 전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 1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 회사는 ‘50년의 역사를, 100년의 영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앞으로 100년’의 방점은 ‘친환경 에너지기술 개발’이다. 현재 부산시와 암모니아 친환경 에너지 규제자유특구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경상남도와 암모니아 연료추진시스템 선박 규제자유특구 연구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 신산업 분야 육성과 해양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었다.

MS가스그룹 전원태 회장은 사회공헌 사업도 꾸준하게 펼치고 있다. 2011년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설립해 사업에 실패한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재도전 힐링캠프’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13년간 총 29회에 걸쳐 460명이 수료했고 그중 60% 이상이 재기와 재창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재도전 힐링캠프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죽도의 연수원에서 매년 2회 열리고 있으며 올해도 4월과 11월에 2주간 진행할 계획이다. 심리적 상처 치유, 에코힐링, 자신감 회복, 기업가 정신 회복, 재도전 성공을 위한 사례 학습과 전문가 개별 컨설팅을 한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대다. 지역 기업들이 ESG 경영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뒤따랐으면 한다. 또 기업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공도 필요하다.

김상훈 독자여론부 선임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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