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작가 옥현희 부산 전시
새단장 갤러리 포, 19일까지
입체 회화 특유 매력 돋보여

옥현희 ‘Pokerface-(Brother-Chulsoo)’. 작가 제공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특이한 작업을 하는 작가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작품 이미지에선 특별한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침 갤러리 포에서 전시를 열며 확실히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옥현희 작가의 ‘포커페이스(POKERFACE)’전이 바로 그 현장이다.

“제 작품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꼭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마도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가 거의 없어서 그런 듯합니다. 사실 너무 고단한 과정들이 있어 웬만한 작가는 그걸 견딜 수가 없거든요.”

한국에서 도자기를 전공하고 독일의 예술대학에서 회화 판화 조각 등 여러 분야를 8년간 공부했다. 그렇게 미술 전 분야를 익힌 후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듯 나만의 작품 스타일을 갖고 싶었다. 고민 끝에 20년 전 입체적인 도자 조각과 페인팅이 만난 옥현희 작가만의 입체 회화가 탄생했다.

도자 조각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옥 작가의 작업은 전통 도자 제작 과정과는 많이 다르다. 종이 펄프와 도자기 흙을 혼합해 죽처럼 만든 후 수 많은 조각 형상을 만들고 그것들을 일일이 채색하고 그림을 그린다. 초벌과 유약, 재벌을 한 후 반짝이는 느낌을 얻기 위해 도자기에는 없는 과정, 금을 입히는 작업을 또 한다. 1300도 고온에 굽고 건조시키는 과정까지 하나의 완성된 조각을 얻기까지 무려 3개월이나 걸리는 고단한 작업이다.

“몇 번의 과정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가마에서 나온 조각을 보면, 탄성이 나옵니다. 제가 만들고 채색했지만, 불이 합작하면서 생각지 못한 색들이 나오거든요. 보석들이 탄생해요. 이 작업을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가마를 열 때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

그렇게 얻은 조각들을 캔버스 표면에 부착하는데 일종의 모자이크를 연상시킨다.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이 조합돼 하나의 형상이 다시 나온다. 조각 하나하나가 모양과 색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전체 형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조각들로만 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후 특정 부분들에 도자 조각을 붙이기도 한다.

옥 작가의 작업은 흙을 재료로 한 조형 작업이라는 점에선, 현대 도예에 맥이 닿아있지만, 캔버스에 구현된 이미지는 도조보다 회화에 가깝다. 물감과는 다른 투명하고 현란한 색감의 도자 조각은 페인팅에선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이어서 작가의 작품은 한편으론 회화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옥현희 ‘Lovers-(Kiss)’. 작가 제공

옥현희 ‘Dear-Donald’. 작가 제공

이번 전시에선 포켓몬, 디즈니 캐릭터, 키스 등 팝아트처럼 톡톡 튀는 작품부터 포커페이스라는 제목에 맞게 현대인의 숨겨진 얼굴을 예리하게 포착한 개념 미술적인 작품도 있다. 특히 독일에 살며 평소 자주 뵙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담아 만든 ‘포유(FOR YOU)’ 시리즈는 화사한 꽃과 커피,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의 이미지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의 관계성에 주목한 ‘우리 사이’라는 작품은 깨진 도자 조각들을 사용해 색다른 이미지를 완성했다. 알파벳 철자들과 숨겨진 도자 조각들을 이어보면 숨겨진 메시지도 찾을 수 있다. 유쾌하게 보이는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감상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옥현희 ‘Between-us-1’. 작가 제공

이번 전시는 최근 새 단장을 끝낸 갤러리 포가 4년 만에 여는 기획전이다. 미식과 미술에 대해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깐깐하게 따지는(부산에선 유명하다!) 갤러리 포 박경숙 대표의 선택인 만큼 이 전시는 놓치면 아쉬울 듯하다. 4월 19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