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층 건물 또 생기면 볕들 구멍 사라져” 해원초등 반발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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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실버타운 건립 계획에
학생·학부모 일조권 침해 우려
부산교육청 앞 집회·편지 전달
“교육환경영향평가 통과 안 돼”

부산 해운대구 해원초등학교 학생들이 마린시티 내 초고층 실버타운 건립 사업을 반대하며 그린 그림. 해원초등 학부모회 제공 부산 해운대구 해원초등학교 학생들이 마린시티 내 초고층 실버타운 건립 사업을 반대하며 그린 그림. 해원초등 학부모회 제공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에 추진되는 73층 초고층 실버타운 건립 사업의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면서 인근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거세다. 이미 초등학교 서쪽과 북쪽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동쪽마저 초고층 건물이 들어오면 일조권 침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해운대구 우동 1406-7 일대에 추진되는 마린시티복합시설개발사업의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진행됐다. 해당 1만 8468㎡(5586평) 부지에는 73층 2개 동으로 고급 실버타운이 추진되고 있다. 시행사 비에스디앤씨는 이곳에 노인임대주택, 의료시설 등 복합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다. 현재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앞뒀다.

마린시티 내 알짜 땅으로 평가받는 해당 부지는 과거 한화그룹으로부터 비에스디앤씨가 매입해 수차례 주거시설로 개발을 시도했던 곳이다. 2017년부터 주상복합건물 등을 짓기 위해 용도 변경을 추진했지만, 주민과 행정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이 부지가 수영만매립지 지구단위계획상 주거시설 개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행사는 지구단위계획상 개발이 허용되는 고급 실버타운으로 사업 전략을 바꿔 추진하고 나섰다.

해원초등 주변에 또 하나의 초고층 건물이 건립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과 학생 반발이 거세다.

계획된 실버타운은 해원초등학교와 왕복 6차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미 학교 서쪽에는 48층 높이 아파트가, 북쪽에는 20층 높이 상가 빌딩이 있는 상황에서 동쪽에 73층 높이의 실버타운 2개 동이 들어서면 학생들의 일조권이 완전히 박탈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해원초등 학부모 80여 명은 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청에 면담을 요청했다. 한 학부모는 “마린시티에서 해원초등학교는 가장 작은 건물인데, 주변에 초고층 건물 건립을 허가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일조권과 학습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공사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학창시절 5년을 공사판에서 보내고 햇빛 한 번 누리지 못하는 불행한 학교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건립사업을 반대하는 그림과 편지를 교육청에 전달했다. 한 학생은 ‘학교 앞에 고층건물이 생기면 햇빛이 차단돼 학교가 추워지고, 학교에 있을 때도 햇빛을 보지 못하게 돼 햇빛 없는 학교를 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고 적었다.

실제로 해원초등학교는 초고층 건물숲 탓에 이미 일조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영향평가를 앞두고 지난 12월 시행사는 교육청에 평가서를 제출했다.

해당 평가서에서 시행사는 실버타운의 건립 전후 일조량 차이가 크지 않다며 실버타운 건립에 따른 일조권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학교 주변에 해가 충분히 들지 않는 탓에 초고층 실버타운이 추가로 햇빛을 가린다 해도 그 여파가 크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일조 침해 정도는 수치로만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교통환경평가와 건축심의가 통과된 상황에서 교육환경영향평가마저 통과되면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해원초등 학부모회 측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마지막 보루라고 보고 있다”며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집회 등 추가 집단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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