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격전지를 가다] "하루 6만 보 이상 걷는다" 방심 못하는 선거 달인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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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전재수 vs 서병수

전국적 관심 지역 ‘낙동강 벨트’
재선·5선 후보 민심 잡기 치열
전, 중앙 정치 현안 거리두기
막판 최대 변수는 ‘보수 결집’
서 "역대 선거 중 가장 힘들어"
'의정 갈등 해소' 반전카드 기대

‘낙동강 벨트’ 핵심 북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왼쪽),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가 4·10 총선 레이스에서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 각 후보 제공 ‘낙동강 벨트’ 핵심 북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왼쪽),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가 4·10 총선 레이스에서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 각 후보 제공

“걷고 또 걷는다.” 부산 북갑 선거구에서 격돌한 두 현역 의원은 ‘걷기 경쟁’을 펴고 있다. “하루 6만 보 이상 걷는다”는 두 의원은 지역 공략법에 대해 “발로 뛰어서 손으로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을 누비는 두 의원의 얼굴은 이미 검붉게 그을렸고, 손에는 땀이 차 있었다.

지난달 29일 ‘격전지’ 북갑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덕천동 덕성초등학교 앞 상가를 돌고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평일 오후였지만 그를 알아보는 시민은 적지 않았다. 지나가던 택시가 멈추고 승객이 전 의원에게 인사도 했다. 오토바이를 탄 ‘OO서비스센터’ 직원도 그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3번의 낙선을 포함해 북구에서만 6번째 총선에 나서는 전 의원의 ‘지역 관리’ 성과가 묻어났다.

전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그가 방문한 한 상가에서 확인됐다. “오래 전부터 전 의원을 알고 지냈다”는 상인 문평화(68) 씨는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고 말했다. 세 번이나 낙선했던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문 씨는 전 의원에 대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면서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씨는 ‘선명한 지지자’였지만 선거를 이야기하면서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앙 정치 현안과의 ‘거리 두기’는 전 의원에게서도 확인됐다. 그는 중앙당 지원 유세와 관련 “누구도 북갑에 오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당에서 오면 전국 이슈가 침범해 선거 구도가 뒤틀린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북갑 선거의 막판 변수로 “보수 결집”을 꼽았다. “선거가 다가오면 보수 유권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더욱 결집해 투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 의원과 경쟁하는 국민의힘 5선 중진 서병수 의원도 이날 지역 곳곳을 누비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아침 출근 인사(1시간 40분)에 이어 상가 방문(2시간)을 마치고 선거사무실로 돌아오자 민간어린이집협회, 다문화가정단체 등 각종 단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덕천역 앞의 상가건물 2개 층을 사용하는 선거사무실은 지지자, 단체 등의 발길이 이어져 혼잡했다. 서 의원의 넓은 인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 의원은 “선거를 여러 번 해 봤지만 이번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 선거(1번), 국회의원 선거(5번), 시장 선거(2번)를 모두 치른 베테랑이다. 서 의원은 “북구 선거는 그동안 치렀던 선거와 다른 면이 있다”면서 “발로 뛰면서 더 많은 유권자들과 만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바닥 다지기에 집중하면서도 중앙 정치 현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쟁자인 전 의원과는 다른 ‘거리두기’ 전략이다. 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께서 옐로카드부터 드셨다”면서 “‘젊은 해병이 죽었는데 책임은커녕 대사로 내보내 놓고 도대체 국민 알기를 뭐로 아느냐’ 이런 말씀 많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위기론’이 퍼지는 국민의힘이 반전을 만들어 낼 카드로 ‘의정 갈등 해소’를 꼽았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결국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여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의원에 대한 지지는 ‘샤이 보수’에게서 확인됐다. 도시철도 덕천역 벤치에서 만난 74세의 한 유권자는 “개인적인 의견”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전형적인 ‘여당 지원론’을 폈다. “대통령이 경험이 없지만 원리원칙에 입각해서 하고 있는데 임기가 남았으니 일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워낙 (야당이) 브레이크를 걸고 있으니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역 후보가 아닌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국민의힘 지지자의 모습은 당 대표가 아닌 지역 후보를 언급하는 민주당 지지자와 대비됐다.

‘낙동강 벨트’의 핵심인 북갑은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다. 각종 언론사의 ‘격전지 르포·여론조사’가 이어지고 있고 그러나 ‘선거의 달인’인 두 현역 의원에게선 ‘조바심’도 ‘방심’도 읽어낼 수 없었다. 이들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지역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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