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교육 통해 산업현장 핵심 인재 키우는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부산 특성화고, 틀을 깨자]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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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철저한 교육 체계 만들자

실무·현장 경험 있는 전문 교원 필수
산학 겸임 교사 확보 위한 제도 필요
학생·학부모엔 취업에 대한 믿음 줘야
독일 ‘이원제 전문 직업교육’ 참고할 만
기업도 현장 경험 기회 제공 등 투자를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해군본부와 부산해군과학기술고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현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공고를 재편해 내년 3월 부산해군과학기술고로 개교할 예정이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모두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하게 된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해군본부와 부산해군과학기술고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현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공고를 재편해 내년 3월 부산해군과학기술고로 개교할 예정이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모두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하게 된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뚜렷한 목적의식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고등학교에서의 3년은 매우 소중하다. 특히 취업이 목적인 특성화고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 어느 학교보다 알찬 시간을 보내야 할 공간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잘 짜인 학습 과정, 전문적 지식을 갖춘 교사, 풍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전문적인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질 높은 교육 과정과 아낌없는 지원, 양질의 취업처 3박자가 갖춰진다면 특성화고는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우수한 교원·시설 구축해야

특성화고는 대학 입시가 주된 목적인 일반고와 설립 취지부터 다르다. 특성화고는 분야별 전문 지식을 지도하고 취업 현장에서 활약할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따라서 특성화고에는 국어·영어·수학 위주의 대학 입시 과목을 가르치는 교원이 아닌 실무·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 교원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부산 시내 특성화고에서 실무·현장 경험을 가진 교원이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현재 교원 대부분이 일반고와 사범대학을 거쳐 교원이 된 상황에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살아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보된 교사들은 짧은 기간 동안 연수를 받고 전문 지식을 익히지만, 학생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부산기계공고 양병춘 교장은 “일반고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지도하던 교원들이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른다”며 “특성화고에는 산업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가진 교원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학 겸임 교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산학 협력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 지도 방법을 잘 아는 교사가 수업에 동참하는 지도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학 겸임 교사를 초빙할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보완할 제도를 만드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산전자공고 하태현 교장은 “전문 분야의 지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산학 겸임 교사를 적극적으로 학교에 초빙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며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학부모의 관심은 취업

결국 특성화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과학고와 국제고, 외국어고를 가기 위해 노력하듯 특성화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고가 실력 있는 학생들이 모여 풍부한 지원과 탄탄한 교육과정 속에 성장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으로 진학하는 일련의 과정을 구축했듯, 특성화고도 변화해야 한다. 특성화고도 과학고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이 확실한 인재들이 잘 갖춰진 교육을 받으며 대기업·중소기업·강소기업의 핵심 인재로 나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양 교장은 “특성화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양질의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이 더 나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투자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하 교장은 “특성화고의 목적이 학생들이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는 것에 있는 만큼, 학생들과 학부모가 더욱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성화고 진학=취업’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이 내년 3월 문을 열기로 한 부산해군과학기술고(가칭)는 그 인식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해군본부와 협약을 맺고 부산해군과학기술고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는 현 해운대공고를 재편해 만들어진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모두 해군 부사관이 될 수 있다. 오는 202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부산항만물류고(가칭) 역시 항만·물류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학생을 길러내는 시설이 돼야 한다.

■직업교육 인식 개선해야

그동안 특성화고는 일반고나 과학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에 비해 저평가됐다. 대학 진학이 목적인 학생들이 일반고와 특수목적고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일부 특성화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특성화고는 학생 모집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계 인사들은 학령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산업 체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고의 변화는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공고·상고 체제로 남아 있을 경우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성화고 재편과 함께 직업 교육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

학생들의 직업 교육 체제를 오랫동안 가다듬어온 독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독일에서는 중학교에 해당하는 9~10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상급 학교를 진학할지, 직업교육을 선택할지 결정한다. 직업교육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은 직업 학교와 생산 현장을 오가며 ‘이원제 전문 직업교육’을 받는다. 현장 교육을 담당하는 기업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훈련장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 중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언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양 교장은 “독일의 직업교육 체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뽑아가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산업 현장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교장은 “독일과 한국의 직업 교육 환경이 동일할 수 없겠지만, 독일과 같이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들이 존중받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구분하는 한국의 사회적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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