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말레베어 공장 폐쇄 선언, 직원 159명 거리 나앉을 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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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자동차 부품 기업
본사, 매출 감소 이유 철수 결정
2012년 르노코리아 희망퇴직 등
외국인 투자 기업 해고 반복돼
지역사회 일자리 질 하락 우려

지난 1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베어 한국 공장의 일방적 폐쇄 결정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제공 지난 1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베어 한국 공장의 일방적 폐쇄 결정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제공

부산 기장군의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말레베어공조가 2025년 일방적인 공장 폐쇄를 선언해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지만 정작 지역사회 일자리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말레베어공조 노조는 독일 말레그룹 이사회로부터 말레베어공조 한국 공장의 폐쇄를 통보받았다. 당시 이사회는 “매출 감소와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한국 공장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부적합하기에 2025년 9월까지 한국 공장을 폐쇄한다. 한국 공장 생산 제품은 인도와 중국 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말레베어공조는 기장군 장안산업단지에 있는 독일 말레그룹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자동차 열 관리 공조 분야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2007년 한국 공장이 설립됐다. 현재 한국 공장의 노동자는 159명이다.

일방적인 공장 폐쇄 소식을 전한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말레베어분회 노조 관계자는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영진을 포함한 국내 구성원 그 누구와의 소통이나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본사의 일방적인 결정은 말레 한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 측은 몇 년간 매출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며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말레베어공조 관계자는 “경영 환경 분석에 따라 독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후 일방적인 통보가 이뤄진 것은 맞다”면서도 “본사와 노조가 임직원들의 고용 형태와 공장 폐쇄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 중이며 폐쇄가 최종 확정되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투기업 사업장의 대량 해고는 반복돼왔다. 강서구 녹산공단에 있는 르노코리아에서는 2012년 희망퇴직을 통해 1100명가량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르노코리아지회 노조 측에 따르면 2012년 희망퇴직 이후 물량 수요에 따라 계약직 고용과 해고가 반복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도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근무할 단기 계약직 약 600명을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르노코리아지회 정종훈 수석부지회장은 “계약직 고용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거의 없고 6개월여 근무 후 대부분이 해고된다는 점”이라며 “노동 강도는 센 반면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지원자가 드물어 지인을 통해 근무 인력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앞으로 외투 기업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철수와 진입을 반복하면서 지역사회 일자리 질 하락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임주희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동부산지회 말레베어분회장은 “정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따라 세제 혜택과 토지 및 금융 지원 등으로 적극적인 외투 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외투 기업의 매출액 비중 대비 고용 비중은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 철수와 구조조정, 과도한 이윤 해외 유출, 노사관계 부정, 기술 탈취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등 주요 국가들처럼 외투 기업 유치 시 철저히 심사하고, 관련법 등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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