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논평할 내용 없다”… 의정 갈등 실타래 더 엉키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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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대국민담화 각계 반응

홍준표 “설득력 있는 담화” 불구
여당 내부서도 “쇠귀에 경 읽기”
민주당 “숫자 매몰된 불통 정부”
의료계 “해결 의지, 능력도 없어”
싸늘한 반응에 사태 장기화 우려

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위). 이날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위). 이날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내놓은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에 대해 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치권에서 여당은 윤 대통령의 언급이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고, 의료계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 지원유세 중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공감한다. 하지만, 반면 지금의 (의료 차질)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면서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드렸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의 담화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인다. 의사는 직역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 카르텔을 고수하기보다는 당국과 대화에 나서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오늘 대국민 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윤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00명 숫자에 매몰된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신현영 대변인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통해 의료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나 마이동풍 정권임을 확인시켜 주는 담화”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개탄한다. 반성 없이 또 의대 증원 문제로 단기적인 이익이나 얻어볼까 고민하는 대통령, 아무리 봐도 통치 능력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의료개혁에 관한 대통령 담화문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의협 임현택 회장 당선인은 “‘입장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그 이유조차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논평하고 싶지 않고, 논평할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3시 의협회관에서 연 브리핑에서 “아직도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많은 기대를 한 만큼 더 많이 실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방재승 위원장은 “정부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담화문”이라며 “한국 의료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저항할 수 있는 데까지 저항해야겠지만 이제는 앞이 안 보인다. 대통령이 의사들 다 죽이겠다는데 힘 없는 의사들이 뭘 할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방 위원장은 향후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집단 사직서 제출 등 기존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도 냉소적인 반응을 가감 없이 내보이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이전에 나왔던 논의에서 한 치의 발전도 없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며 “특히 의대 정원 규모를 의료계에서 제시하라고 말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에 공을 넘기려는 비겁한 행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의료계에선 정작 정부가 ‘2000명 증원’이라는 조건을 못 박고 있어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부산시의사회 김태진 회장은 “상황이 이쯤 되니 이제는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료와 미래가 걱정될 정도”라며 “이미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복귀하면 ‘노예 신분’을 인정한다는 냉소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연 누가 섣불리 복귀를 하겠나.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정부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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