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다리 땅기고 저릿…관절 아니라 혈관 문제일 수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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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동맥 협착증, 증상과 치료]
죽상동맥경화증 인한 말초혈관 질환
혈관 점차 좁아져 혈액 공급에 문제
디스크와 달리 통증 발생 시점 일정

동맥 초음파·혈관 조영술 등 진단
혈관 넓히거나 연결 비수술 치료 ↑
영상의학 전문의·다학제 협진 중요

대동병원 인터벤션센터 조정현(오른쪽) 과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이 혈관 조영 장비를 통해 인터벤션(중재) 시술을 하고 있다. 대동병원 제공 대동병원 인터벤션센터 조정현(오른쪽) 과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이 혈관 조영 장비를 통해 인터벤션(중재) 시술을 하고 있다. 대동병원 제공

체중 감량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한 A 씨. 집 앞 공원을 세 바퀴 정도 돌고 나면 어김없이 다리가 조이듯 아팠다. 처음 며칠은 벤치에 앉아서 쉬다 보면 괜찮아져 단순한 근육통이라 여겼다. 하지만 동일한 증상이 계속 반복되자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허리 디스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리 동맥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리에 생기는 동맥경화

다리 동맥 협착증은 '다리에 생긴 동맥경화'라고 할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한 말초혈관 질환에 속한다. 죽상동맥경화증이란 동맥 벽을 이루는 세 층 가운데 제일 안쪽 내막에 지방질과 염증 세포 등이 쌓여 고드름 모양의 죽종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진행되면 혈관이 좁아져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인 협착과 완전히 막힌 폐색으로 나뉜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동맥은 몸 전체에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발생 장기에 따라 뇌동맥이라면 뇌경색, 관상동맥이라면 협심증의 원인이 된다. A 씨처럼 팔다리의 동맥 혈관이 좁아져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말초혈관 질환이라고 한다.

동맥 내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흡연, 비만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말초혈관 질환 진료 인원은 23만 7182명, 연령대별로는 60대(27.8%), 70대(24.3%), 50대(19.2%) 순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늘면서 합병증으로 말초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70대 이상이 되면 환자 수가 줄어드는 건 걷는 거리가 감소해 증상을 못 느껴서다.

다리 동맥에 협착이 생기면 걷거나 운동을 할 때 종아리나 엉덩이가 땅기고, 다리가 찌릿하거나 저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혈액이 어느 정도 공급돼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운동으로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잠깐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고, 심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이어지고 밤에 자는 것도 힘들어진다.

대동병원 인터벤션센터 조정현 과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다리 동맥 협착증을 허리 디스크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디스크는 통증이 일정하게 발생하지 않는 반면 다리 동맥 협착증은 통증 발생 시점이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A 씨의 예를 들면 공원 세 바퀴를 돌면 통증이 나타났다가 쉬면 괜찮아지고 또다시 세 바퀴 정도를 걸으면 통증이 생기는 식이다.


■수술 없는 중재 시술 확대

다리 동맥 협착증이 의심되면 신체검사와 함께 동맥 초음파, 혈관 조영술 등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동맥 초음파는 초음파 기계를 피부에 대고 다리 동맥 내 병변과 혈액의 속도 등을 측정한다. 혈관 조영술은 조영제를 투여한 후 CT나 MRI를 촬영하거나 혈관에 기구를 삽입해 조영제를 투여한다. 이에 앞서 발목 동맥의 혈압을 측정해 팔 동맥 혈압과 비교하는 기초 진단을 하기도 한다.

증상과 병의 정도에 따라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약물 치료나 좁아진 혈관을 넓히거나 혈관을 이어주는 비약물 치료를 선택한다. 협착이 심하지 않으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항혈소판제, 혈액 속 지방질을 낮춰주는 약물, 혈관 확장제 등을 쓸 수 있다. 외과적 수술에는 혈관 속을 청소하는 내막절제술, 인조 혈관이나 자가 혈관을 덧대 혈관을 넓히거나(혈관성형술) 우회해서 연결(우회술)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의료 기술 발달로 수술 없이 혈관을 넓혀주는 성형 풍선이나 혈관벽을 지지하는 스텐트(금속망)를 삽입하는 시술도 널리 시행된다. 대동병원 조정현 과장은 "혈관 조영 장비를 통한 인터벤션(중재) 시술은 부분 마취를 통해 피부를 최소한으로 절개한 뒤 혈관 내부에 얇은 관을 넣어 혈관을 넓히거나 이어줄 수 있어 수술에 대한 환자의 부담을 여러모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말초혈관 질환을 방치하면 조직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조직이 손상되거나 파괴되기도 한다. 다리 동맥 협착증의 경우에는 피부가 차가워지고 까맣게 변색되거나 궤양이 발생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한 경우 괴사가 시작되고 말초부터 절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려면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연과 금주, 운동과 체중 조절 등 생활 습관과 더불어 지방과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대동병원 조정현 과장은 "우리 몸속 혈관은 다양한 크기와 여러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진단과 치료에 앞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인터벤션 영상의학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면서 "또한 환자 연령, 기저질환 유무, 질환 중증도 등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외과, 내과, 재활의학과 등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갖춘 의료 기관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동병원 인터벤션센터 조정현 과장(영상의학과 전문의). 대동병원 제공 대동병원 인터벤션센터 조정현 과장(영상의학과 전문의). 대동병원 제공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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