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진통제로 버티는 경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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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다단계 빚 탓에 가게 폐업
어렵게 키운 아들은 연락 두절
허리 통증·심장 수술로 일 못해
곰팡이 핀 집서도 쫓겨날 형편

경호(가명·72) 씨는 곰팡이가 잔뜩 핀 어두운 방에 앉아 이유 모를 머리 통증과 싸우며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봅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최선이 옳지 않았던 것만 같아 자꾸만 자신을 자책할 뿐입니다.

경호 씨는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꿈꿨습니다. 만나던 여자친구의 이른 임신으로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렸지만, 떡두꺼비 같은 아들과 어여쁜 아내를 맞아 가족이 생긴 것은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준비 없이 가족이 된 두 사람이 마음을 맞춰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잦은 싸움에 집을 나간 아내는 홀연히 경호 씨와 아들의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경호 씨. 두 번째 아내가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돼 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함께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살아 나가자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마저 경호 씨 편이 돼주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아내가 다단계에 빠지면서 여기저기 빚을 진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빚은 고스란히 경호 씨 가게로 들이닥쳤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조금씩 통증을 느끼던 척추 질환까지 터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졌습니다. 결국 가게는 폐업했고, 경호 씨는 빚더미와 함께 다시 아들과 단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허리는 아프고 대책은 서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경호 씨는 아들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몸은 아팠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불러주는 곳이 어디든 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성인이 되자 경호 씨 곁을 떠나 행적을 감췄고, 경호 씨에게 남은 건 극심해진 허리통증과 심장이상 증후였습니다. 결국 심장동맥 수술을 받은 경호 씨는 이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근로 능력까지 상실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집으로 넘쳐 들어오는 물과 이에 따라 방 전체를 뒤덮은 곰팡이가 경호 씨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싶어도 번번이 탈락하는 전세임대지원과 작은 방 보증금 하나 마련하기에도 부족한 현실에 자꾸만 좌절하고 맙니다. 집주인도 누수의 원인이 확인되지 않아 더 이상 고쳐줄 수 없으니 나가라고만 합니다.

거기다 얼마 전부터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밀검사를 위한 비급여 의료비가 부담스러워 진통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만 같은데, 자신의 지친 마음과 몸을 쉬게 할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자신이 서글프고 어렵습니다. 아픈 곳을 찾아 치료하는 것조차 사치인 것만 같아 망설이게 됩니다.

경호 씨가 바라는 건 크지 않습니다. 쾌적한 환경의 작은 방 한 켠에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며 노후를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경호 씨가 자신을 돌보며 건강한 여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사하구청 복지정책과 강희진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QR코드를 스캔하면 댓글 게시판으로 이동하고 댓글 1건당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 - 지난달 22일 자 미소 씨

지난달 22일 자 미소 씨 사연에 후원자 72명이 365만 3260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을 통해 100만 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미소 씨의 정신과 병원 입원 치료비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미소 씨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 공황장애가 생겼지만, 사람들로 인해 치유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미소 씨의 유일한 삶의 희망이 되어주는 두 아이와 응원해 주신 분을 생각하며 열심히 치료받아 다시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돼 평범한 일상을 되찾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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