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일상이 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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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지사장

의대 증원 이슈로 두 달 넘게 대혼란
여론조사 앞세운 국정운영 매우 잘못

국힘과 민주당, ‘막가파식 공천’ 강행
국민정서 외면한채 계파 챙기기 앞장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 전면 개편하고
국민들은 자신의 한 표 소중히 행사해야

살다보면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자신이 불리해서 말을 못할 수도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기가 막혀 입을 닫는 경우가 많다. 요즘 대한민국이 그렇다. 정치 지도자들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뭐에 홀린듯 나라 전체가 비이상적이다. “이게 나라냐”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야말로 ‘요지경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이다. 그의 선택에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모든 의사결정은 신중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달 가까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의대 증원’ 이슈는 상당히 문제가 많다.

윤석열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우리 국민 다수가 찬성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 식이라면 국회가 통과시킨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김 여사 특검법도 찬성 여론이 훨씬 높았다. 김 여사 문제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특검을 실시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민심이 천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론조사가 국민 전체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할 거면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공론화 조사’를 무기로 탈원전 정책을 강행해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현저히 저하시킨 문재인 정권의 뼈아픈 실수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가.

의대 증원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졸속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주도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에서 진행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대 증원 문제를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선 안 된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과 AI(인공지능) 확대에 따른 의료분야 축소, 출생률 저하, 산업계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중국에도 뒤떨어졌다는 최근 정부 보고서가 발표된 상황에서 의대 증원은 우리의 기술력 저하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수준은 낙제점에 가깝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인 한동훈과 판사를 지낸 정영환을 데리고 와서 비대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각각 앉혔다. 예상대로 두 사람은 정치를 잘 모르면서 법조인 특유의 선민의식을 앞세워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공천을 강행했다. 부산·울산·경남(PK) 유권자들 사이에서 부울경 국회의원 교체 요구가 높았지만 국민의힘은 현역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교체율 높은 정당이 승리한다”는 역대 총선의 ‘승리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했다. 심지어 다른 지역 경선에서 떨어진 인물을 부산 수영에 전략공천하는 ‘막가파식 공천’까지 감행했다. 지금까지 이런 안하무인식 공천은 없었다. 국민의힘이 PK를 포함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인물은 능력이나 자질과 무관하게 마구잡이로 공천했고, 이 대표 반대편에 섰던 인물은 무자비하게 내쳤다. 이른바 ‘비명 횡사, 친명 횡재’가 진행됐다. 적잖은 민주당 후보에게 부동산 투기, 불법 대출, 아빠 찬스, 막말 등 심각한 하자가 드러난 것이 당연할 결과인지 모른다. 그래도 민주당은 후보 사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국민을 완전히 우습게 아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더욱 심각하다. 본인과 딸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 매장되다시피 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비례정당을 만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사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단언컨대 일상화된 비정상의 정상화 없인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기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본인은 다소 억울하겠지만 지극히 낮은 국정 지지도의 원인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 각분야의 사람들을 두루 만나야 하고, 정부와 대통령실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도 필요하다. 존재감이 없는 총리부터 당장 바꿔야 한다. 조각 수준의 개각과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

정치권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실행력이 담보된 협의체를 만들어 대한민국 성장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총선은 인기 투표가 아니다. 4년간 대한민국 정치를 책임질 선량을 뽑는 것이다. 정당도 중요하지만 후보자 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허투루 행사하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진짜 3, 4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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